임시정부 계승 헌법 무시하는 고위공직자들에게 [왜냐면]

한겨레 2024. 8. 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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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방부 누리집의 국군 연혁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국군의 연원은 헌법 전문에 따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임시정부의 군제인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해 국군을 창건한다고 초대 국방부 장관 이범석이 국군훈령 제1호로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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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흥사단 회원들이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상해임시정부 기념관을 찾아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상해흥사단 제공

황원섭 |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고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방부 누리집의 국군 연혁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국군의 연원은 헌법 전문에 따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임시정부의 군제인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해 국군을 창건한다고 초대 국방부 장관 이범석이 국군훈령 제1호로 공표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뒤 우리 국군의 역사는 1946년 군사영어학교와 국방경비대에서 시작했다고 기술했다. 그렇다면 국군은 일본군의 후예가 된다. 일본군 출신을 주 대상으로 언어 소통을 위해 세운 군사영어학교가 국군의 뿌리라면 우리 국군은 일본군의 후예이며, 미국의 괴뢰군이 될 것이다. 이는 나라의 권위와 위상을 추락시킨 것이며, 민족의 자존을 부인한 것이다.

지난해 8월에는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는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과 광복군 지도자, 다섯 분의 흉상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 흉상은 2017년 국방부가 한국전쟁 이후 일본군 출신 군 지도자들에 의해 왜곡된 국군의 역사를 헌법과 법령에 따라 독립군, 광복군을 계승한 것으로 복원하고, 이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건립한 것이다.

또한 이 정부는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면서 일제 강점을 합법화, 합리화시키려는 친일학자들을 요직에 임명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낙년, 독립기념관 이사 박이택, 독립기념관장 김형석 등 이른바 뉴라이트 출신을 중요한 역사단체 대표로 발령해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고, 두 개의 광복절 행사라는 파행적 사태를 유발시켰다.

학문적 연구 과정에서 법적 규정이나 규범을 넘어 연구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령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처신한다면 당연히 규제해야 할 것이다. 고위공직자라면 국회에서 탄핵 소추권을 발동해야 한다.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했고, 이승만 대통령이 연호는 기미년에서 기산하라고 해, 모든 공문서에 1948년을 ‘대한민국 30년’으로 표기해 1919년에 대한민국이 시작했음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1910년 한일병합조약은 강제로 체결돼 국제법상 무효라고 했고, 1965년 한일기본조약 2조에도 명기돼 있다. 비록 일제 강점으로 정부는 일시적으로 없었지만 나라는 있었다는 입장이다.

혹자는 몬테비데오협약에 따른 국가의 요소인 국민, 영토, 주권을 갖추지 못해 1919년 임시정부는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법 강점으로 정부의 기능이 정지됐지만 국가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체코와 오스트리아는 1938년에 나치 독일에 영토를 빼앗기고 정부 기능이 정지됐지만, 체코는 1947년 평화조약에 의해, 오스트리아는 1955년 국가조약에 의해 주권 정지 이전의 국가와 동일성과 계속성을 인정받았다. 1940년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1991년까지 50년 넘게 독립된 정부를 가지지 못했지만 1991년 독립 후 국가의 동일성과 계속성을 주장해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부 친일 성향 인사들이 공직사회에 진입해 법과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국민적인 분노가 고조되기 전에 자퇴해야 하며, 자퇴를 거부하면 법에 따라 제재해야 할 것이다.

독립운동과 건국절을 둘러싸고 분열된 국민 여론을 통합하고 화합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현 정부 구성원들의 역사의식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고위공직자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탄핵 소추권을 발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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