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중대한 과제로 떠오른 ‘인권실사’ [왜냐면]

한겨레 2024. 8. 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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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4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기업에 인권 및 환경 보호를 의무화하는 유럽연합(EU) 공급망 실사지침(CSDDD)을 표결로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엘리나 아흐터베르그 | 옥스팜 네덜란드 비즈니스 인권정책 총괄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하면서 한국 기업은 인권 위험(리스크) 관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인권 존중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며 책임 있는 비즈니스 관행의 근본이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세계벤치마킹연합(WBA)의 ‘2024 사회 벤치마크 평가’ 결과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00개 기업은 인권 존중, 적절한 일자리 제공, 윤리적 행동에 대한 사회의 기본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실, 소수의 선두 주자를 제외하면 90%의 기업이 인권 영향 평가 실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생활임금 지급 등 사회적 지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 결과는 기업들이 인권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할 때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권 위험 관리는 기업 경영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과 같이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기업의 활동은 수많은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광범위하게 미친다. 인권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기업은 심각한 법적, 재정적, 평판상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국 기업은 그 중요성이 특히 크다. 불안전한 근무 환경, 저임금, 환경 오염 등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기업이 사람과 지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파악·예방·차단하는 과정인 ‘인권실천 점검의무’(HRDD·이하 인권실사)를 실시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인권실사를 강화하는 전 세계적 움직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럽연합(EU)은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권·환경 위험을 평가·예방·완화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인권 실사 규정을 도입해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이 채택한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은 비즈니스 수행 방식에 매우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 지침은 유럽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 시장에서 연간 4억5천만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전 세계 기업과, 그 기업에 공급하는 업체까지 이 지침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의 중소기업도 유럽연합의 구매업체로부터 정책과 관행이 공정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장려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책임 있는 비즈니스를 장려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더욱 엄격한 정책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규정 준수를 넘어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UNGP)과 같은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포괄적 인권실사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관행대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경쟁 구도 속에서 책임감 있는 선두 기업은 상당한 이점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인권실사를 구현함으로써 법규 준수에 앞장설 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인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먼저 인권실사를 비즈니스 전략과 운영의 핵심으로 기업 거버넌스에 통합해야 한다. 여기에는 명확한 정책 개발, 직원 교육, 전체 공급망에서 인권실사 요구 사항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설정이 포함된다.

다음으로 기업 활동 및 공급망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위험이 존재하는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면 기업은 그 영향을 평가하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목표와 조치를 설계할 수 있다.

또한 기업 활동으로 인해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개인 및 지역사회와 투명하고 포괄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의미 있는 참여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권리자의 목소리를 듣고 고려할 수 있으며, 이는 위험을 식별하고 효과적인 완화 전략을 실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인권실사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적극적인 인권 위험 관리를 수용하고, 권리자와 협력하고, 국제 표준을 준수함으로써 취약한 개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회복력을 강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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