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우주 산업은 ‘우주 채굴’…10년 뒤 달에서 헬륨-3 얻어” [IGC 2024]

이병철 기자 2024. 8. 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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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지질과학총회 특별 세션
최상혁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이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 총회'에 참석해 우주 자원 채굴과 활용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달에 풍부한 헬륨-3를 10년 뒤 지구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얻는 ‘우주 채굴’ 기술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에 풍부한 헬륨-3가 우주 채굴의 핵심 자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국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상혁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 “앞으로 이뤄질 심우주 탐사에서는 현지에서 얼마큼의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뒤면 달에서 채취한 자원을 지구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지질과학총회는 4년마다 열리는 지질학 분야의 국제 학술대회다. 올림픽과 개최되는 주기가 같아 ‘지질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부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121개국 7000여명의 지질학 연구자들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우주 자원 채굴과 활용에 관한 특별 세션이 마련됐다. 세션에는 최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클리브 니엘 미국 노트르담대 교수, 짐 케라발라 오프월드 대표가 참석해 최신 우주 자원 탐사 기술 개발 현황과 중요성에 대해 소개했다.

우주 채굴은 달이나 화성 같은 우주 환경에서 필요한 자원을 얻는 기술을 말한다. 우주에는 지구에서 구할 수 없는 다양한 자원이 풍부해 우주 산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우주 자원 중에서도 헬륨-3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헬륨의 동위원소인 헬륨-3은 핵융합의 원료로, 친환경적이면서도 많은 양의 에너지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극저온 환경을 만드는 데도 사용할 수 있어 양자컴퓨터 같은 초전도 소재가 필요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자원이다.

헬륨-3은 지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달에는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이 우주 채굴 기술의 중요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최 수석연구원은 “현재 나사는 자체적으로 달에서 헬륨-3을 수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3년 이내에 달에 보내는 것이 목표”라며 “실제 달에서 수확한 헬륨-3을 지구에서 사용할 때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니엘 교수도 한국이 달에서 헬륨-3을 채굴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우주 산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한국이 가진 기술력을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니엘 교수는 “우주 채굴처럼 미개척 분야에서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정부도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며 “헬륨-3이라는 명확한 달 탐사 목표를 제시해야 도전적인 연구도 가능하다” 말했다.

그는 “한국은 2040년대 국가 경제의 10%를 우주 경제에서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유일한 나라”라며 “이제 목표 달성까지는 15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니엘 교수는 “앞으로 우주에서 제품을 만드는 우주제조 산업이, 그 다음으로는 우주의 자원을 채굴하고 활용하는 산업이 떠오를 것”이라며 “한국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 열리지 않은 새로운 산업 시장을 겨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케라발라 대표는 “헬륨-3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광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 성능 양자컴퓨터를 제작하려면 헬륨-3과 헬륨-4를 조합해 초전도 상태를 구현해야 한다”며 “헬륨의 확보는 인공지능(AI)과 초고성능 양자컴퓨팅 경쟁에서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분간 실제 달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용이 워낙 많이 들다 보니 이미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마저 취소되고 있다. 나사는 오는 11월 발사하려던 달 탐사 로버(이동형 로봇) ‘바이퍼(VIPER)’ 임무를 지난달 취소했다. 바이퍼는 달 남극에서 얼음과 자원을 찾기 위해 개발이 추진됐으나 예산 문제로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바이퍼를 이용해 우주 채굴을 시도하려던 민간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허니비로보틱스의 크리스 자크니 대표는 이날 지질과학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르면 오는 11월 고압 가스를 이용한 드릴 장치와 표면 샘플 수집 장치를 달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바이퍼 미션이 취소되며 불투명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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