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미인도’ ‘청자상감운학문매병’···간송의 국보·보물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도재기 기자 2024. 8. 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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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9월 3일 개막
국보·보물 97점 등 157점 선보여···“간송의 문화보국 정신, 문화유산 가치 되새기는 미술관”
서울 DDP에서는 국보·보물 활용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중
조선 후기 풍속화의 대가 신윤복의 ‘미인도’(왼쪽, 보물)와 대구간송미술관 별도 공간에 전시된 모습. ⓒ간송미술문화재단, 2024김용관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국보, 보물들이 사상 처음 모두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한글의 창제 목적과 원리 등을 기록한 해설서인 국보 ‘훈민정음(해례본)’, 대중적 인기가 높은 조선 후기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보물)와 화첩 ‘혜원전신첩’(국보), 고려청자 걸작인 ‘청자상감운학문 매병’과 ‘청자 모자원숭이모양 연적’(이상 국보),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보물), 명품 백자인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국보) 등 모두 40건 97점에 이른다.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빛내는 문화유산이자 전시때 마다 화제를 모으는 명작들이다.

이들 유물이 모두 모인 곳은 9월 3일 개막하는 대구간송미술관 개관기념전이다.

고려 청자의 걸작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13세기, 국보). ⓒ간송미술문화재단
한글의 창제 원리·목적 등을 설명하고 있는 해설서 ‘훈민정음’(1446, 국보). ⓒ간송미술문화재단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란 개관전에는 간송미술관이 소장 중인 국보 12건, 보물 30건 가운데 운송·전시가 쉽지 않은 석탑 등 2건을 뺀 40건 97점이 모두 나온다. 일제강점기 당시 귀중한 문화유산 수집으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지킨 간송 전형필(1906~1962)의 문화보국 정신을 세상과 함께 나누려는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전 다운 전시다.

개관전은 모두 5개 전시실에서 펼쳐진다. 27일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만난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은 “개관전인 만큼 기획을 통해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소개하기 보다는 작품 하나하나가 보배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며 “올림픽선수단 입장처럼 간송의 대표 선수를 선보이려 했다”고 말했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에는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첩인 ‘혜원전신첩’(국보) 30점 가운데 ‘단오풍정’(왼쪽) 등 8점이 선보이고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도재기 선임기자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가운데 ‘월하정인’. ⓒ간송미술문화재단

1전시실은 산수·인물·풍속화 등 여러 장르의 회화, 조선시대 문예를 대변하는 전적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30점의 그림으로 구성된 ‘혜원전신첩’에서 ‘단오풍정’ ‘월하정인’ 등 인기 높은 8점을 비롯해 김홍도의 ‘마상청앵’, 긍재 김득신의 ‘야묘도추’ 등 풍속화, 대나무 그림으로 유명한 이정의 ‘삼청첩’ 등이다. 특히 정선의 대표작들인 ‘해악전신첩’의 ‘단발령 망금강’을 비롯해 ‘경교명승첩’, 금강산을 담은 ‘풍악내산총람’도 만날 수 있다. 두루마리 길이 8.1m에 이르러 평소 전시때에는 완전히 펼치기 쉽지 않은 심사정의 대작 ‘촉잔도권’은 완전히 펼쳐 전시됐다.

두루말이 작품의 길이가 8m가 넘은 심사정의 ‘촉잔도권’(보물)이 모두 펼쳐져 전시되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조선의 학술문화를 대표하는 전적 유물로는 세종의 명으로 한자음을 한글로 처음 표기한 ‘동국정운’(국보), 조선 선조 대인 1572년에 안상이 편찬한 거문고 악보인 ‘금보’(琴譜·보물) 등이 나왔다.

그 유명한 신윤복의 ‘미인도’는 별도의 독립공간(전시실 2)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특별히 연출된 조명과 음악 속에 고고하게 걸려 있다. 작품 뒤쪽에는 1명이 앉아 내밀한 감상에 젖을 수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미술관측은 보다 깊게 감상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관람 인원을 제한할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한 ‘훈민정음’도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이라는 독립공간(3전시실)에 전시됐다. ‘훈민정음’에 담긴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훈민정음에 대한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음성을 활용한 미디어 작품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조선시대 백자 가운데 대표적 명품으로 손꼽히는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 병’(18세기, 국보). ⓒ간송미술문화재단
원숭이 어미가 새기를 안고 있는 ‘청자 모자원숭이형 연적’(국보). ⓒ간송미술문화재단

4전시실은 시대적으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 유물 종류로는 불상과 불감 등 불교미술과 도자기, 서예 작품들로 구성됐다. 추사 김정희의 작품으로는 ‘난맹첩’(보물)에 담긴 묵란화 4점, 추사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서예작품이자 타계하던 해인 1656년 쓴 예서 대련 ‘大烹高會(대팽고회)’와 ‘且呼好共(차호호공)’ 등이 선보인다.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보물) 가운데 ‘단발령망금강’. ⓒ간송미술문화재단

도자기로는 한국 도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청자, 분청사기, 백자들이 망라됐다. 고려 청자 특유의 비색에 구름과 학들이 노니는 무늬를 상감기법으로 담아낸 걸작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국보)을 비롯해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국보), 상상속 신성한 동물인 기린을 뚜껑에 형상화한 ‘청자 기린유개 향로’(국보), 오리모양 연적인 ‘청자 오리형 연적’(국보), ‘청자 상감포도동자문 매병’(보물), ‘청자 상감국모란당초문 모자합’(보물) 등이다.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 분청사기로는 ‘분청사기 박지철채연화문 병’ ‘분청사기 상감모란문합’(이상 보물)이 나왔다.

추사 김정희의 화첩인 ‘난맹첩’(보물)의 작품과 전시 모습. ⓒ간송미술문화재단, 도재기 선임기자
추사 김정희가 30년 고심해 쓴 ‘침계’(보물). ⓒ간송미술문화재단

조선 도자의 상징인 백자 명품들로는 당시 최고급 안료인 코발트의 청화를 비롯해 산화철·산화동 안료로 풀과 곤충·난·국화를 세련된 형태의 병에 담아낸 ‘백자 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국보)이 우선 눈길을 잡는다.

또 조선 왕실에서 식사·음식을 담당한 관청의 하나인 사옹원에서 인장으로 사용한 ‘백자 사옹원인’(보물), ‘백자 박산향로’(보물) 등을 만날 수 있다. 불교미술품으로는 불감인 ‘금동삼존불감’, 삼국시대 불상인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 등이 나왔다.

실감영상 전시가 펼쳐지는 대구간송미술관 5전시실. 관람객들은 바닥의 편안한 의자에 기대 작품을 즐길 수 있다. ⓒ 2024 김용관

5전시실은 정선·김홍도·신윤복·이인문 등 조선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유명 작품을 색다르게 접할 수 있다. 이들 작품으로 기반으로 한 실감영상 전시 ‘흐름·The Flow’이 약 38m의 반원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진다.

대구간송미술관에는 미술품 수집가만이 아니라 연구자·교육자·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간송의 유작 60점으로 구성된 ‘간송의 방’, 고미술품의 수리·복원을 직접 볼 수있는 ‘보이는 수리복원실 등도 마련됐다.

9월 3일 개관하는 대구간송미술관의 외부 전경(왼쪽)과 내부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 ⓒ 2024 김용관, 도재기 선임기자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시가 체결한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운영에 대한 계약’에 따라 국비·시비 446억원을 들여 세운 공립미술관이다. 대구미술관과 접한 2만4000여㎡ 부지, 연면적 8003㎡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민간위탁을 통해 ‘제2의 간송미술관’ 역할을 하게 된다. 간송의 손자인 전인건 관장은 “대구시의 관심과 지원 속에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이 깃든 귀중한 문화유산을 통해 지역민들의 문화유산 향유권을 확대하고, 세계의 관심을 끌고있는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되새기는 미술관, 대구 문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고 의미 있는 문화예술 경험을 할 수있는 미술관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9월 3일 개막하는 개관전은 12월 1일까지 열린다.

한편 간송미술관은 소장 국보·보물을 활용해 만든 대규모 몰입형·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인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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