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의 막내 'ㅎ' 이야기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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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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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이야기를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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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ㅎ’ 이야기를 할까 한다. 자음의 막내인 ㅎ은 특이하다. 가끔은 말도 없이 사라진다. ‘올바르다’처럼. 올바르다는 옳다와 바르다가 만난 합성어다. [올타]로 소리 나는 ‘옳다’에는 ‘ㅎ’이 있다. 그런데 말, 생각, 행동이 옳고 바른 사람을 표현할 땐 “올바르다”라고 해야 한다. 활용할 때도 올발라, 올바르니처럼 ㅎ은 없다. ‘ㅎ’은 왜 사라졌을까? 어원을 중시하는 우리말의 특성 때문이다. ‘올바르다’는 ‘올(실오라기)+바르다’에서 온 말이다.
열흘 전쯤 ‘ㅎ’ 관련해 작은 일이 있었다. 한국일보 주요 칼럼인 ‘이준희 칼럼’이 오자로 시작됐다는 독자 의견이 나왔다. 날카로운 정치 분석 칼럼이 오자로 시작되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기억건대’. 오류 문제를 제기한 독자 의견은 ‘기억컨대’가 바른 표기. 우선 우리 몸에서 소리를 내는 목청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목청을 떨어 공기가 울리게 나는 소리는 ‘울림소리(유성음)’다. 모음과 ‘ㄴ, ㄹ, ㅁ, ㅇ’이다. 고교 시절 강원 산골의 국어 선생님은 울림소리를 ‘나라마음’으로 외우게 했다. ‘ㄴ, ㄹ, ㅁ, ㅇ’을 제외한 모든 자음은 목청을 떨지 않고 내는 소리, 즉 ‘안울림소리(무성음)’다.
‘-하다’가 붙은 말을 줄일 때 ‘-하다’ 앞에 ‘ㄱ, ㅂ, ㅅ’ 등 무성음 받침이 있으면 ‘하’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따라서 ‘생각하건대’는 ‘생각건대’로 줄여 쓸 수 있다. ‘생각하지 않다’ 역시 ‘생각지 않다’로 써야 한다. 짐작하건대는 짐작건대, 익숙하지는 익숙지, 답답하지는 답답지, 섭섭하지는 섭섭지, 깨끗하지는 깨끗지, 비슷하지는 비슷지로 써야 한다. 그러니 칼럼의 시작 '기억건대'는 기억하건대를 줄여 쓴 바른 표기다.
‘-하다’ 앞에 모음이나 ‘ㄴ, ㄹ, ㅁ, ㅇ’ 등 유성음 받침이 있을 경우엔 ‘ㅏ’만 사라진다. 남은 ‘ㅎ’은 뒤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ㅊ, ㅋ, ㅌ, ㅍ' 등 거센소리로 변한다. 따라서 ‘단언하건대’는 ‘단언컨대’가 된다. 고민하건대는 고민컨대, 분발하지는 분발치, 무심하지는 무심치, 달성하고자는 달성코자, 연구하도록은 연구토록, 청하건대는 청컨대로 줄여 쓸 수 있다.
그런데 '서슴다'와 '머금다'는 주의해야 한다. 어간에 ‘하’가 없으니 ‘하’든 'ㅏ'든 줄어들 이유가 없다. 각각 ‘서슴-’과 ‘머금-’에 ‘-지’가 붙은 형태인 서슴지, 머금지로 써야 한다.
모 기업 전 임원은 고교 시절, 울림소리를 '노랑머리'로 외웠다고 한다. 나라마음 혹은 노랑머리로 울림소리 'ㄴ, ㄹ, ㅁ, ㅇ'을 머릿속에 넣어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겠다.
노경아 교열팀장 jsjy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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