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뉴스테이와 뉴빌리지

박재현 기자 2024. 8. 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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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주거공간으로 탄생한 아파트는 이제 재산증식 수단 1호가 됐다. 그럴수록 아파트에 대한 욕망은 뜨거워지고 있다. 그 욕망은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 문구가 자극적으로 보여주듯, 어디에 무슨 아파트에 사느냐로 부(富)의 정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 결과 아파트 이름은 화려해지고 길어지고 있다. 지역명 다음에 ‘자이’ ‘래미안’ ‘푸르지오’ 등 아파트 브랜드를 넣고 특장점을 살린 ‘메트로’(역세권), ‘리버뷰’(강이 보임), ‘센트럴’(도심에 위치) 같은 별칭이 붙는다. 2개 이상 대형 건설사가 짓는 단지라면 각각의 브랜드를 나열해야 하니 이름은 끝없이 길어진다. 전국에서 가장 긴 단지 이름은 25자에 이르고 보통 10자를 넘기 일쑤다.

정부의 주택 정책 이름 짓기도 마찬가지다.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고 정책 의지를 담은 이름을 찾다보니 새로운 이름이 등장한다. 중산층도 살 수 있는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에 공공성도 빠져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보금자리주택’으로 불렀고, 박근혜 정부 때는 이를 ‘행복주택’이나 ‘뉴스테이’로 대체했다. 문재인 정부는 뉴스테이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이름을 바꿨고, ‘신혼희망타운’도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가 28일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이름하여 ‘신유형 민간장기임대주택’이다. 최대 10년인 의무 임대기간을 최소 20년 이상으로 늘리고,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각종 세부담을 완화해주는 게 핵심이다. ‘기업형 20년 장기임대주택’ 개념인데, 뉴스테이의 실패를 토대로 추진한다. 또 고령층 특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임대 서비스 ‘실버스테이(가칭)’도 도입한다. 이날 국토부는 낡고 오래된 빌라촌에 주차장·운동시설 등을 설치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뉴빌리지’ 사업도 선도사업지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정책 의지가 강하다는 건 알겠지만 이름만 가지고는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역대 정부마다 수백만가구의 공공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천은 미약했다. 이름 짓는 것보다 약속대로 집을 짓는 게 선이다.

서울 용산구 일대 빌라 밀집 지역. 조태형 기자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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