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는 것도, 남는 것도…모두 이해되는 청춘영화이길”

이원 기자 2024. 8. 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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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국이 싫어서’ 고아성

- ‘유관순’ 배우가 한국이 싫다니…
- 아이러니컬한 영화 선택에 신기
- ‘좋은 저예산 영화’ 출연 즐거움

- 작년 비프 개막작 선정됐지만
- 당시 큰 부상으로 불참 아쉬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시작으로 최근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까지 작품마다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 고아성이 한국 사회 청춘을 대변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개봉 28일)로 돌아왔다. 장강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고아성은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20대의 모습을 그렸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에서 행복해지고 싶은데 한국에서 행복할 수 없어서 뉴질랜드로 떠나는 계나 역을 맡은 고아성. 엔케이컨텐츠 제공


‘한국이 싫어서’에서 20대 후반 계나는 어느 날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난다. 고아성은 지독한 취업난을 겪고 들어간 직장, 결혼하자는 오랜 남자친구 지명, 적금을 깨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부모를 뒤로하고 한국을 떠나는 계나 역을 맡았다. 스스로 경쟁력 없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계나에게 한국이 싫은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은데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서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고아성은 “시나리오를 읽고 처음에 느꼈던 것은 계나를 향한 저의 복잡한 마음이다. 계나는 더는 여기서 못 살겠다는 입장인데, 저는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게 더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다. 둘 다 동의가 가능하다. 이런 점이 관객분들한테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아성의 전작들이 한 가지 명확한 메시지를 지닌 영화였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관객 시각으로 본 계나의 선택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녀는 “어떤 배우와 함께 있을 때 ‘한국이 싫어서’ 시나리오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배우에게 이 영화 제안이 들어왔다고 하니 ‘네가 유관순 역을 했는데 한국이 싫으면 어떡하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은 고아성에게 처음이었다.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원작을 읽지 않은 배우도 있는데, 고아성은 소설 문장을 메모해 읽으며 연기에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 그녀는 “시나리오가 연구 대상이고 파헤쳐야 하는 과제 같은 느낌이라면, 원작은 오리지널 소스 느낌이었다. 가장 힘이 되는 문장들을 따로 적어놓고, 촬영할 때마다 가지고 다녔다”며 실제 메모한 종이를 꺼내 보였다.

고아성은 계나의 뉴질랜드 생활을 촬영하기 위해 한 달 반 정도 현지에 머물렀다. 짧은 기간과 넉넉지 않은 예산이었기에 치열하게 촬영했다. 특히 계나의 뉴질랜드 생활 3년 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난생처음 태닝도 했다. 고아성은 “(3년의 경과를 보여줄) 근본적인 변화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을 때 피부일 것 같았다. 안 해본 경험이어서 너무 새로웠다. 그동안은 배우로 활동하며 ‘자외선에 타면 안 된다’, ‘피부가 까매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태닝을 하고 나니까 뉴질랜드 햇살 아래에서 촬영할 때 굉장히 자유로웠다”고 떠올렸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또 가장 인상에 남았던 촬영 장면으로는 계나가 불법 동영상 촬영으로 벌금을 물고 집에서 쫓겨나 캐리어를 끌고 가다 도로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장면을 꼽았다. 그녀는 “카메라가 200m 정도 떨어져 촬영했다. 제가 길에 앉아서 진짜 엉엉 울고 있는데 현지 할머니분이 오셔서 ‘무슨 일이냐, 왜 울고 있나’며 도와주셨다. 그래서 너무너무 감동했다”며 NG가 나긴 했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낀 일화를 전했다.

아역부터 시작해 올해로 25년 차 배우가 된 고아성은 최근 알게 된 뿌듯한 사실이 있다. 바로 여성 원톱 영화 수익률 1위라는 것이다. 그녀는 “최근 들은 사실인데 아마 제가 작은 예산 영화를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고 겸손해하며 “‘이 영화를 꼭 성공시킬 거야’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기해 온 건 아니지만 그간의 시간이 참 뿌듯하게 느껴졌다”고 배우로서 활동한 시간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흥행은 제가 예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를 관객이 꼭 찾아주신다는 믿음이 있다. 저 또한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보는데, 그래서 영화와 극장은 계속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배우로서 살아간다”고 어려움을 겪는 영화와 극장을 응원했다.

한편 고아성은 ‘한국이 싫어서’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선정돼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및 야외무대인사, 기자회견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인 일정 중 천추골 골절을 당해 참석하지 못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져서 의상까지 다 입은 너무 예쁜 상태로 병원에 바로 갔는데 천추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며 “천추가 ‘천추의 한이다’라고 할 때의 천추더라. 왜 그 말이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 전치 12주였는데, 두 달 가까이 입원했다”고 떠올렸다. 그리고 “‘한국이 싫어서’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이 정말 기쁜 일이었는데 참석할 수 없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전화로 GV에 참여했다”고 BIFF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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