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은이 ‘지역별 비례선발제’ 제안한 이유 무겁게 새겨야
서울대 진학에 학생의 거주지가 미치는 영향이 92%에 이른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충격적이다. 한은이 27일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서울대 진학률을 비교한 결과 8%만이 ‘학생의 잠재력 영향’이고, 92%는 ‘거주지역 효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3구 학생과 다른 지역 학생의 잠재력은 1.3배 차이지만 서울대 진학률은 9.6배 차이가 났다. 실제로 2018년 서울 강남 3구 일반고 졸업생은 전국 일반고의 4% 규모인 데 비해 서울대 진학생 비중은 12%에 달했다. 또 서울대와 의·치대 등을 포함한 이른바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의 75%는 부모의 경제력이고, 학생의 잠재력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기준으로 삼은 학생의 잠재력은 중학교 1학년 수학 성적이다. 초등학교 단계에 이미 수학 사교육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가 입시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이보다 더 클 것이다. 인재는 서울에서도 지방에서도 태어난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과 출신 지역에 의해 상위권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아실현의 수단이자 계층 이동 통로인 교육이 오히려 개인을 절망에 빠뜨리고 계층을 고착화하는 기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정성 논란 수준을 넘어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강력한 경고다.
한은은 해결책으로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제안했다. 대학의 입학 정원에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자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 수시모집의 지역균형 전형을 정시모집까지 늘리고 다른 대학에도 확대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서울대의 특정 지역 합격자 비율을 이 지역 고교 3학년생 비율의 ‘0.7~1.3배’가 되도록 모형을 만들어 적용해보니, 현재의 서울대 진학률과 학생 잠재력 기준 진학률 간 격차가 64%나 줄었다고 한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사교육 부담은 한국 사회 만악의 근원이다. 심각한 저출생과 수도권 인구 집중을 야기하고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극심한 내수 침체에도 한은은 서울 집값 상승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 당국과 서울대 등은 한은의 제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도 각성해야 한다. 오죽하면 한은이 이런 입시 보고서까지 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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