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네타냐후는 AI와 `동거중`
다부진 체구에 시원한 이목구비, 넓은 이마를 감추려는 듯 넘겨 빗은 은발의 소유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한국의 반대편에 위치한 이스라엘 총리의 일거수 일투족에 이토록 관심을 가져본 때가 있었을까.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경우 공급망 리스크와 물류비·유가 상승 등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 키는 '초강경파' 네타냐후가 쥐고 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를 전격적으로 암살한 후 새 수장 야히야 신와르 제거에 초점을 맞췄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로 이스라엘 표적 1순위로 꼽힌다. 이스라엘의 압박에 신와르가 가자지구 휴전의 조건으로 자신의 생명 보장을 내걸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약속의 땅'(A Promised Land) 회고록 한 토막이 생각났다. 오바마는 네타냐후를 "미국 정치에 빠삭해 민주당 행정부의 어떤 압박에도 주눅 들지 않는 배짱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네타냐후는 어릴 적 미국에 건너가 이스라엘 정계에 들어오기 전까지 미국에서 활동한 미국통이다. 그런 그가 전세계 뉴스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네타냐후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의 거침없는 행보엔 정치적 이유 뿐 아니라 'AI 신무기'가 그 배경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AI강국이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애플까지 글로벌 기업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기엔 이스라엘이라는 공통요소가 있다.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명문 테크니온 공대 출신 직원이 1119명으로 전체 3만여 직원 중 가장 많다고 한다.
MS는 챗GPT 탄생의 주역 오픈AI의 최대주주다.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과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스츠케버는 모두 유대인 가정 출신이다. 애플의 하드웨어 기술 수석부사장 조니 스루지도 이스라엘 국적이다. AI 기술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이스라엘 기업만 해도 2200곳에 달한다. 이스라엘이 AI분야에서 왜 세계 톱 10위 내에 자리하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스라엘은 AI기술을 각종 무기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고도화된 AI기술은 이미 전쟁의 현장 속에 깊숙이 들어갔다. 그동안 인간의 통제 영역이었던 '살상 표적' 선정까지 AI가 주도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유례없는 AI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대규모 국제전은 '무기 실험장'으로 이용돼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이 그랬고, 미국 등이 걸프전에서 스텔스기와 정밀 유도탄 등을 실전 테스트했던 게 대표적이다.
AI가 전쟁의 틀을 바꿨다. 얼굴인식이 가능한 AI로 적국 전사자를 확인한 뒤 이를 역추적해 상대 기지를 타격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스라엘은 소총에 이미지 추적용 AI 장비를 설치해 한 번 포착한 적을 끝까지 자동 추적하는 정밀 돌격 조준경 '스매시'(SMASH) 등도 활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출신의 언론인들이 운영하는 비영리 매체 '+972'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하마스 전사를 식별하는 데 AI시스템인 라벤더를 활용했다는 것인데, 정확도가 90%에 달한다. 하나의 표적을 설정하는 데 20초면 충분하다. 컴퓨터와 초정밀 네트워크가 결합된 '알고리즘 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최첨단 기술이 전쟁을 수행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감이 밀려온다. 인간은 AI가 내린 결정에 '거수기' 역할만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AI 프로그램의 결정에 따라 진행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가운데 대부분은 전쟁과 관련 없는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작고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완전한 AI의 개발은 인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가져온 시스템의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AI신무기는 자체 진화력을 갖고 끊임없이 전쟁의 양상을 바꿔갈 것이다. 네타냐후의 'AI 동거' 뒤에 평화가 아닌 파멸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그의 AI 실험은 어디까지 진행될까.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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