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AI 모르면 먹고 살 수 없는 시대 올 것…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 중요"
연세대 전자공학과서 박사학위 받고 LG전자서 5년간 연구원 생활
"'자유로운 공부' 확장이 교육 시스템 변화시키는 계기 되리라 기대"
"저는 창업을 하고 나서 삶의 의미라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적당히 열심히 공부해서 또 적당히 좋은 대학을 가서, 적당히 좋은 기업에 취업해 일을 해왔었는데 막상 기업을 퇴사해 사회에 맨몸으로 나와보니까 그제서야 '내가 태어났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기업을 퇴사한 해를 실질적으로 제가 한 살이 됐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승일(49·사진) 모두의연구소 대표는 본인을 '공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연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 학위까지 받고, LG전자 기술연구원에서 5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는 등 전형적인 '공대 연구원'의 삶을 살아왔다. 회사를 그만둘 때에도 창업을 생각해보지는 않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당시에는 그저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생각이 더 컸었죠. 그만둔 후에는 특허 쪽 프리랜서로 일을 해왔었습니다. 프리랜서로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저같은 개발자들이 모일 수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게 모두의연구소의 첫 아이디어가 됐습니다. 개발자들이 커뮤니티 시스템에 흥미를 끌게 하기 위해서 어떤 공동의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시스템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2015년 설립한 모두의연구소는 '누구나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업이다. 프로젝트나 성과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하고 싶은 연구를 말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랩(Lab)을 만든다. 연구 주제는 제한이 없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모두의연구소에서는 올해까지 800개가 넘는 연구 모임이 만들어졌다. 랩에 참여해 연구를 진행한 인력도 누적 8000명이 넘는다. 20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각종 학회에 소개된 논문의 수도 60개에 달한다.
"어느 정도 본인의 분야에 대해 성취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서로가 교수님이자 학생이 되서 가르치기도 하고 또 배우기도 하는 구조인 거죠.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까지 없었던, 새로운 의미의 대학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모두의연구소의 강점으로 기술 변화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개개인이 관심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만큼 연구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데에도 강점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모두의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서 관련 랩이 201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알파고의 등장이 2016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빠르게 움직인 거죠. 퀀텀 컴퓨팅이나 블록체인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다른 곳들보다 더 빠르게 랩이 만들어진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은 AI 분야 인기는 여전히 많고, 임팩트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두의연구소는 연구뿐 아니라 '아이펠'이라는 이름의 교육 사업도 진행 중이다. 모두연과 마찬가지로 '강사가 없는 학교'라는 독특한 교육 방식으로, 교육생들이 서로 가르치고 협력하는 상호 능동적인 학습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모두의연구소가 70여명의 업계·학계 전문가와 공동 개발한 커리큘럼과 교재를 활용해 AI 기초부터 실무에 필요한 기술까지 통합적으로 6개월간 교육한다.
"2020년부터 정식으로 교육 사업을 론칭했는데, 하필 딱 그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이 다소 안 좋았습니다. 처음에 준비했던 건 모두의연구소 랩과 같은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태의 교육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소 시행착오를 겪다가 요즘에는 온라인 중심으로 클래스를 개편했습니다. 강사가 따로 없고 온라인 강의다 보니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한데요, 그런 학습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나 퀘스트 미션을 넣어서 학생들의 자기주도성과 팀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전문 멘토인 퍼실리테이터가 상주하며 학습과 구성원 간 상호 작용을 돕는 역할을 하고요."
AI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각종 기업에서도 AI 교육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모두의연구소는 이같은 기업을 대상으로 AI 및 소프트웨어 교육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방향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펠이 보다 전문적인 인력을 키워내는 교육이라면, AI의 대중화가 빨라지고 있는 시대에 보편화된 AI 활용법에 대한 교육 또한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누군가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인간이 그렇지 않은 인간을 대체한다'라고 말했는데 저 역시 그 말에 동의합니다. 앞으로는 AI를 모르면 먹고 살 수 없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고, 이것이 굉장히 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AI에 대한 이해도를 특정 전문업종뿐 아니라 전국민적으로 상승시켜야 하는 숙제가 있는 거죠."
김 대표는 모두의연구소와 아이펠이 택하고 있는 '자유로운 공부'의 확장이 현재 일방향적으로 흐르고 있는 교육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도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고, 좋은 회사를 다녔었지만 정작 회사를 그만두고 사회에 부딪혔을 때는 그동안 배웠던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대학교 이후의 교육은 틀에 박힌 이론 교육을 일방향적으로 가르쳐주는것보다는 정말 내가 필요한 교육, 내가 배워야만 하고 또 배우고 싶은 것을 조금 더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연구소에서 하고 있는 '지식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이 이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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