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사안따라 보고 제각각… 銀 ‘이사회 패싱’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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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우리금융그룹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 사고를 신속하게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별 이사회 내규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말 기준 우리은행 자본금이 약 25조4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고로 인한 손실이 5080억원일 때 명시적으로 이사회 보고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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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 중대성 따라" 기준 불명확
임직원 자의적 기준·판단에 맡겨
이사회 경영진 견제 역할 못해
■CEO 사안·금융사고 보고 의무 無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금융사고·부실여신 관련 이사회 보고 기준들이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견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돼 있다. 국민·하나은행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감사위원회에 정보 사항으로 보고하고, 감사 완료 후 결과를 은행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또한 리스크를 빠르게 관리·조치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나 보고 요건이 없다.
'이사회 패싱' 문제가 불거진 우리은행의 경우 금액 요건이 있지만, 최소 수천억원대 손실이 나야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었다. 우리은행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은행업 감독업무 세칙 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기자본의 2%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때 이사회에 사고 처리대책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지난 6월말 기준 우리은행 자본금이 약 25조4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고로 인한 손실이 5080억원일 때 명시적으로 이사회 보고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경영진 자의적 판단으로 '이사회 패싱'
문제는 자의적 판단 기준으로 중요한 사안이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고,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은행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및 700억대 횡령 사고와 관련해 이사회에 직접 보고된 기록은 없다. 지난 2022~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의 DLF 검사 결과 주요 제재새항과 환매연기상품 자율조정,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개선과제 추진 현황 등이 사후 보고된 기록만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결의 사항은 내부 규정에 열거돼 있지만, 금융사고 관련 보고 규정은 없는 곳들이 많다"면서 "모든 금융사고를 보고할 수 없기 때문에 '기타 필요 시 인정하는 사항'과 같은 규정으로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나 조직 개편 사항, 내부통제·감사 결과 등 정기적으로 보고되는 항목들이 있지만 금융사고의 경우 곧 바로 보고되지 않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CEO와 관련된 사안인 경우 당연히 보고 받아야 한다"면서 "이사회가 알아야 제도적인 미비점에 대해 후속 대책을 내놓을 수 있고, 사후 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CEO 견제기능 약화
금감원이 강조해온 것도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 및 주주이익 대변이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지키라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라는 취지가 들어가 있다. 전직 지주회장에 대한 문제이고,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도 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금감원이 이사회 패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진과 관련된 특이사항이 있을 때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들이 경영진에 문제를 제기해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고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역시 "지난해부터 사외이사 간담회 정례화, 지배구조 모범 관행 발표 등으로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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