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억6000만원에 나라를 팔았다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4. 8. 28. 18: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군 비밀요원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49)가 중국 측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포섭돼 돈을 받고 7년간 최소 30건의 군사기밀을 넘긴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A씨는 포섭된 직후인 2017년 11월부터 현금을 받고 기밀을 중국 요원 측에 전달했다고 군검찰에 털어놨다.

A씨는 중국에서 많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 앱의 게임 내 음성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상대 요원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보사 군무원 기밀유출 경위
2017년 中서 체포후 포섭당해
게임 음성메시지로 소통하고
무음카메라·자필메모로 유출
40차례 "돈 더 달라" 요구도
이적·뇌물혐의 … 간첩죄 빠져

군 비밀요원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49)가 중국 측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포섭돼 돈을 받고 7년간 최소 30건의 군사기밀을 넘긴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최고로 엄격한 보안체계를 유지해야 할 정보사가 수년간 지속된 소속 요원의 일탈 행위를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이 커질 전망이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검찰단과 국군방첩사령부는 A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한 후 전날 기소했다.

국방부검찰단에 따르면 A씨는 과거 부사관으로 정보사에서 복무를 시작한 뒤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해 계속 근무해왔다. 범행 시기에는 정보사 팀장급으로 일했으며 현재 5급 군무원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7년 4월 자신이 구축해 놓은 공작망과 접촉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A씨는 지린성 옌지 공항에서 공작원과 만날 계획이었으나 공안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체포됐고, 제3의 장소로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포섭당했다. A씨는 귀국한 후 외국 요원과 접촉한 사실을 즉시 부대에 신고해야 했지만 이를 숨겼다. 군검찰에 따르면 A씨는 가족들에 대한 위협을 받은 것에 두려움을 느껴 포섭에 응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포섭된 직후인 2017년 11월부터 현금을 받고 기밀을 중국 요원 측에 전달했다고 군검찰에 털어놨다. 그러나 군검찰은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A씨가 2019년 5월부터 돈을 받았고, 2022년 6월부터 기밀을 누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간 A씨는 문서 형태로 12건, 음성 메시지 형태로 18건 등 총 30건의 군사기밀을 유출했다. A씨는 자신이 취급·생산한 기밀은 자유롭게 영외로 가져가거나 책상에서 내용을 메모했다. 다른 부서에서 생산한 기밀은 외부로 가져갈 수 없어 대출을 신청한 뒤 사무실로 가져와 휴대전화에 설치한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촬영해 무단 반출했다.

그는 빼돌린 기밀을 중국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요원에게 전달했다. A씨는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해 파일별로 비밀번호를 설정했고, 대화 기록은 삭제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지속했다. 군검찰 당국자는 "(A씨에게) 비밀 접근 기회가 너무 쉽게 허용됐고, 비밀 영외 반출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사에서 인지하고 문제점을 검토해서 개선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기밀 유출의 대가로 약 40차례에 걸쳐 돈을 요구했다. A씨가 요구한 금품 액수는 총 4억원이지만, 실제로 지인 명의 등 차명계좌를 통해 1억6205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중국에서 많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 앱의 게임 내 음성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상대 요원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초기 수사를 맡은 방첩사가 포렌식 작업을 통해 A씨가 삭제한 메시지 2000여 건을 모두 복구해 혐의를 입증했다. 대화 중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는 상대의 요청에 A씨가 "돈을 더 주시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첩사가 지난 8일 A씨를 군검찰에 송치할 때는 북한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군형법상 간첩죄가 포함됐지만 기소 단계에서는 빠졌다. 이번 사건에서 북한 관련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군검찰 관계자는 "누설된 비밀 중 일부 흑색요원 명단이 있는데 이들 흑색요원이 북한에서 활동하는 요원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에게 접촉한 요원이 북한 요원일 정황도 있어 추후 간첩죄로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대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