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워싱턴 모뉴먼트] "한미FTA 깨질뻔 트럼프 정권 초기 나바로가 흔들었다"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2024. 8. 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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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초기에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탈퇴를 선언하는 서한 초안이 준비되는 등 한미 FTA가 실제로 '존폐의 기로'에 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FTA를 '25만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한국에 제공한 호러 쇼'라고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 형성에는 나바로와 배넌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바로와 배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상에 한미 FTA 탈퇴 서한 초안이나 도표를 올려놓고 그의 결심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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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톡! 워싱턴 모뉴먼트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초기에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탈퇴를 선언하는 서한 초안이 준비되는 등 한미 FTA가 실제로 '존폐의 기로'에 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한을 작성한 주인공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사진)이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에 집중한 덕에 한미 FTA는 미국 측 우려 사항을 개정하는 선에서 유지될 수 있었다. 이 일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트럼프 2기' 집권 시 무역정책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에는 트럼프 1기 정부 초기에 한미 FTA 탈퇴를 둘러싼 백악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담겨 있다. 한미 FTA를 '25만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한국에 제공한 호러 쇼'라고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 형성에는 나바로와 배넌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이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보조금으로 불공정한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고 인지했다.

나바로와 배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상에 한미 FTA 탈퇴 서한 초안이나 도표를 올려놓고 그의 결심을 요구했다. 맥매스터는 회고록에서 "도표는 보드에 부착돼 도착했는데 위쪽에는 불공정 무역 관행이, 왼쪽에는 위반 국가가 적혀 있었다. 한국은 해당 항목에서 가장 많은 체크 표시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회고록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일화도 언급됐다. 당시 트럼프는 북한의 핵 위협보다는 한국과의 무역협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나바로가 한미 FTA 재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한미 FTA에서 먼저 탈퇴하고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맥매스터는 나바로·배넌의 공격을 받아 낸 것은 주로 자신과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무역협정을 재협상하지 않고 탈퇴하면 미국의 목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거나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국과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트럼프를 설득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게리 콘에게 '배넌과 나바로가 집무실로 던지는 수류탄에 우리가 번갈아 가며 뛰어들고 있다'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기'처럼 사용한 관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철강·알루미늄 수입 관세는 한 달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며 "그때마다 나는 트럼프에게 중국의 과잉 생산, 덤핑과 같은 진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종종 '우리가 중국을 잡기 위해 동맹국을 저격하면 결국 중국이 이기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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