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본토 때리는 러·우 … 속내는 종전 '물밑 협상'
공세 높여 유리한 고지 노려
자국 탄도미사일 성공 과시도
러시아, 우크라 동부전선 진격
이틀째 전역에 미사일 발사
軍 3만명 쿠르스크 방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년6개월을 넘긴 가운데 양국이 연일 맹공을 퍼부으면서 상대방 영토를 점령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탄도 미사일을 직접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가 걱정된다며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불러들였다. 양국은 무력 공방을 벌이면서도 '종전'을 염두에 두고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로 종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종전안을 조만간 미국에 전달할 방침이다. 종전 협상을 주도할 중재국으로는 인도가 주목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러시아군이 이날 병력 3만명을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방면에 재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2024 독립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주 수드자를 포함한 여러 지역 마을 100여 개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면적은 1294㎢ 규모이며, 쿠르스크에 진격하는 과정에서 생포한 러시아 군인은 594명이다.
우크라이나는 무기와 장비들을 공개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4일 드론과 미사일을 결합한 형태의 신형 무기 '팔랴니차'를 공개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 '우크라이나 2024 독립 포럼'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가 최초의 자국 탄도 미사일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조차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지원하는 것을 망설였던 F-16 전투기가 드디어 전쟁에 투입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동부 요새인 토레츠크 인근까지 진군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의 병참기지로 평가받는 포크로우스크까지 노리고 있다.
양국이 이처럼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다가오는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는 게 중론이다. 폴리티코 유럽판 등 외신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에서 점령한 여러 마을을 향후 협상 카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미국 등 서방이 종전 논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국제법상 불법으로 편입했는데, 당시와 마찬가지로 전투는 멈추되 점령한 영토를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될 수 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차지한 땅이 넓을수록 입김이 세진다.
다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우크라이나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그대로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이 당선된다면 전쟁을 즉시 끝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고, 더 이상의 전투를 중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9월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할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종전안을 설명할 방침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에 인도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흘 뒤인 2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법에 의거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의 구상을 재차 지지했다. 27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정치·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기여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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