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붕괴 위기] 의대 정원 엇박자… 尹-韓 30일 만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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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醫政·의료계와 정부) 갈등의 불씨가 당정(黨政·여당과 정부) 갈등으로 비화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 물밑서 건넸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1년 유예' 제안을 공식화하자 대통령실은 28일 반박성 입장을 연이어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만남도 요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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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미 배정공표" 반박
의정(醫政·의료계와 정부) 갈등의 불씨가 당정(黨政·여당과 정부) 갈등으로 비화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 물밑서 건넸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1년 유예' 제안을 공식화하자 대통령실은 28일 반박성 입장을 연이어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만남도 요원해졌다. '30일 만찬' 약속은 추석 이후로 미뤄졌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29~30일)에 불참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국정브리핑을 하루 앞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26년 의대 정원은 이미 지난 4월말 각 대학으로 배정돼 공표됐다"며 "(한 대표의 제안대로 재검토하면) 학부모와 학생 등 (입시)현장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다른 관계자가 "의료개혁과 관련한 대통령실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중재안 거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배경까지 설명한 것이다.
지난 2월 기존 연 3058명 대비 '2000명 증원' 방침부터 발표한 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지적받고 있지만, 고위관계자는 증원 계획 변경에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숫자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의료계와 대화나 협상, 타협으로 숫자를 정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의 '의대 증원 원점재검토' 요구엔 "현실적이지도 않고 논의대상도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수도권 대형병원 '응급실 셧다운'이 잇단 상황을 두고는 "응급실은 정말 '응급에 맞는 환자들만 와서' 신속히 치료할 수 있게 추석 특별대책을 마련했다"며 추석 응급실 대란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또 "응급실 뺑뺑이, 3분 진료는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국민생명에 직결된 사안에 정부가 굴복하면 정상적 나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 친한(親한동훈)계에선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볼 상황"이라며 당·정·대통령실이 협력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기자들을 만나 "이 문제는 맨 먼저 고려해야 할 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며 한 대표의 중재안 당위성을 주장했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 "응급실의 응급상황"을 호소했다.
신 부총장은 1만명 이상 전공의 이탈, 의대생 수업 거부, 29일부터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우려를 들며 대통령실 측의 "관리 가능한 상황"이란 발언에 "달나라 수준 상황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물리적 거리도 멀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여당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 끝나고 할 계획"이라며 '30일 만찬'이 순연됐다고 알렸다. 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29일 여당 연찬회에 참석해 의료개혁을 설명하고 일문일답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들과 회동한 뒤 취재진을 만나 '만찬 순연' 관련 "제가 (대통령실로부터) 이야기 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관해선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어떤 게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중재안을 논의한 적은 없다며 "의료개혁 관련 정부 추진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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