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가 남긴 숙제, 6년만에 풀렸다[스경연예연구소]

이선명 기자 2024. 8. 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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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사망한 고 구하라.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9년 입법 청원을 개시한 지 무려 6년 만이다.

고 구하라가 사망한 때는 2019년 11월이다. 카라 멤버로 수많은 인기를 누렸던 톱스타의 급작스러운 죽음이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추모 열기 속에 고인의 친모 송모씨가 등장했다.

송모씨는 고 구하라가 9살이던 때 집을 나가 근 20여 년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남과 같은’ 가족이다. 송모씨가 등장한 것은 고인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고 구하라의 부동산을 처분하면서다. 송모씨는 법률대리인과 함께 나타나 부동산 매각대금 절반을 요구했다.

구호인씨는 2020년 4월 직접 글을 올리며 “자기 딸 장례식장에서 연예인들에게 함께 사진 찍는다고 하는 분이 안타깝게도 저희 친어머니”라며 “발인을 마친 뒤 친모는 변호사 명함을 보내 놓고 모든 것을 위임했으니 그쪽으로 연락하라고 했다. 그분들은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일단 5:5로 받고 나중에 정리하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또한 “사실 동생이 자살 시도를 한 것은 몇 번 더 있었다. 하라는 언제나 사랑이 그리웠던 아이였다. 지인,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마음 한 곳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곳이 있었다”며 “심리 상담을 하고 치료를 해도 잘 낫지가 않아 의사선생님 권고에 따라 수소문 끝에 친모를 찾은 적이 있지만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허망했다”고 했다.

고 구하라 영정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여론이 들끓었다. 송모씨를 향한 비판이 거셌지만 현행법상 송모씨는 고 구하라 재산 절반을 가겨갈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민법 규정에 따라 2순위 상속권자인 고 구하라의 부친과 모친이 재산을 나눠 가지게 되고 오빠인 구호인씨는 상속 자격이 없었다.

민법에 상속받을자격을 박탈하는 경우는 있지만 사유가 매우 한정적이다. 고의로 피상속인(망자)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의 경우에 한정된다.

이를 두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잇따랐다. 구호인씨와 그의 변호인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는 민법 상속법을 개정하는 일명 ‘구하라법’ 국회 국민청원을 개시했다. 이는 상속인 결격 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부양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한 자’를 추가하자는 취지다.

구호인씨는 “저도 법이 개정되거나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저희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다. 비록 저희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더라도 저희로 인해 앞으로 양육의무를 버린 부모들이 갑자기 나타나 상속재산을 챙겨가겠다고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모씨는 현행 민법에 따라 고 구하라의 유산 40%를 가져갔다. 광주지법은 2020년 12월 송모씨와 유가족간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소송에서 유가족의 기여분을 20%로 정했고 유가족과 송모씨의 재산분할은 6:4로 하도록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모는 이혼을 하더라도 미성년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는데, 아버지가 약 12년 동안 상대방 도움 없이 혼자 양육한 것을 단순히 아버지의 미성년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의 일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고 구하라를 홀로 양육한 부친의 법적 상속분을 더욱더 인정한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민법일부개정법률안(일명 구하라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그럼에도 양육이나 부양의 의무를 지지 않은 송모씨가 40%의 상속분이 인정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종언 변호사는 “구하라법 개정이 없는 한 자식을 버린 부모에 대한 완전한 상속권 상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라고 했다.

국민청원은 10만명이 넘는 국민의 청원을 받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제출됐으나 당시 20대 국회 임시가 끝나가는 시점으로 다른 법안에 밀려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역시 임기 만료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재발의했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의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 또는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했다. 실제 상속권을 상실을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유언 또는 공동상속인 등이 청구하고 가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고 구하라씨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노종언 변호사가 3월 12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28일 국회를 통과한 ‘구하라법’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헌법재판소가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노종언 변호사는 “구하라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하게 돼 진심으로 환영한다. 법안 통과까지 진정성있게 긴시간 힘써주신 서영교 의원님과 구하라씨의 오빠인 구호인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구하라법을 계기로 더욱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새기고 상식적인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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