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D금리에서 벗어나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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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금리'란 무엇일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은 우리가 금융거래를 할 때 알게 모르게 늘 접해왔던 개념이다.
이런 간단한 대출거래뿐 아니라 채권이나 파생상품과 같이 복잡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때도 다양한 지표금리가 활용될 수 있다.
지난 반세기 이상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됐던 지표금리는 신용도가 높은 런던의 은행들이 서로 거래할 때 제시하는 리보금리(LIBO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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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금리'란 무엇일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은 우리가 금융거래를 할 때 알게 모르게 늘 접해왔던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은행 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 등으로 정해진다. 여기서 CD금리가 지표금리에 해당하는데 개개인의 신용도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가 더해져 최종 대출금리가 정해지게 된다. 이런 간단한 대출거래뿐 아니라 채권이나 파생상품과 같이 복잡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때도 다양한 지표금리가 활용될 수 있다.
지난 반세기 이상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됐던 지표금리는 신용도가 높은 런던의 은행들이 서로 거래할 때 제시하는 리보금리(LIBOR)였다. 그러나 리보금리는 2012년 은행 간 금리 담합 사례가 드러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만약 주택가격이 실거래 정보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중개업자들이 담합해 제시하는 가격에 의해 정해진다면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지표금리는 시장에 의해 결정되어 조작·담합이 불가능하고 예측 가능성·대표성을 갖춰 시장 참가자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무위험' 자산인 국채의 '초단기' 거래 금리인 '무위험지표금리(RFR)'가 새로운 지표금리로 부상했다. 파생·현물 거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미국무위험지표금리(SOFR)', 영국의 'SONIA'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 흐름에 맞춰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을 담보로 하는 1일물 거래 금리인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를 지표금리로 선정하여 2021년 11월부터 산출·공표해오고 있다. 주요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그간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CD금리가 여전히 지표금리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KOFR이 거래 표준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지표금리도 글로벌 표준에 부합해야 한다. CD금리는 기초 거래가 적어 실거래가 아닌 개별 금융기관의 판단에 따라 산출되는 날도 상당해 지표금리로 활용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국내외 많은 시장 참가자가 CD금리 대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KOFR을 거래 표준으로 조속히 정착시켜 나갈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앞으로 KOFR이 지표금리로 자리 잡게 되면 금리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제고돼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KOFR 연계 대출상품이 출시되면 차주는 은행채, COFIX 연계 상품과 비교해 본인에게 유리한 금리를 가늠해볼 수 있으므로 금리 선택권이 다양해진다. 또한 은행들이 KOFR 연계 상품의 가산금리를 낮추기 위한 자발적인 경쟁을 펼침으로써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표준에 맞는 지표금리의 정착은 정책당국이 추진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과 함께 해외 투자자의 국내 금융거래를 확대해 우리 금융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도 KOFR 연계 금융상품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거래 관행과 표준을 정립하고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책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이 풀어나가야 할 많은 난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주저하기보다 성공적인 지표금리 전환을 위해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CD금리와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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