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도 K-배터리 '순항'…투자 늘리고 고객사 협력 강화
포드, 전기차 생산 속도조절에도 LG·SK 배터리 미국내 생산↑
현대차 '2030년 전기차 200만대 판매' 목표 유지도 '희소식'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불황에도 투자를 확대하거나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하고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약 35억달러(약 4조6천억원)를 투자해 초기 연산 27GWh(기가와트시) 규모 공장을 설립한다. 공장 착공 시점은 이르면 올해 4분기로 알려졌다.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들어설 합작법인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GM 전기차에 탑재한다.
삼성SDI는 GM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는 발판을 마련하고 각형 배터리 채용 고객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캐즘에도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은 변함없다고 보고 당초 계획한 투자를 이어가며 적극적으로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합작 투자계약 체결에 대해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투자로 삼성SDI 설비투자(CAPEX)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증가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최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전환 의지가 재확인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삼성SDI는 상반기 기준 이미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또 당초 내년 1분기부터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었던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가동 시기도 연내로 앞당긴다.
지난달 30일 삼성SDI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김윤태 경영지원실 상무는 "올해 헝가리 법인 증설, 미주 스텔란티스와의 JV 공장 건설 등 이미 확보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전고체 전지 및 46파이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객사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한국 배터리사와의 협력 관계는 더 강화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감수하며 전기차 생산 계획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다만 동시에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제조사들과 협력해온 배터리에 대해서는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생산 시작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포드는 우선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머스탱 마크-E 모델용 일부 배터리 생산을 폴란드 공장에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천500달러를 제공하는 세액공제 조항의 자격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다.
포드와 SK온의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1공장은 2025년 중반부터 'E-트랜짓' 전기 트럭과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점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현대차가 이날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공개한 전기차 판매 목표는 2030년 기준 200만대로 작년과 같다. 북미 69만대, 유럽 46만7천대 등 전기차로 전체 판매량의 약 36%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도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계약을 현대차와 체결했다.
업체들은 고객사와 맺은 탄탄한 신뢰 관계를 토대로 고객사 전동화 계획과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나, 테슬라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포드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올해 들어 7월까지 판매량이 25% 성장했다"며 "여전히 미국 시장 기대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럽 전기차 판매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폭스바겐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회복세로 전환했다"며 "최근 발표된 유럽의 대중국 전기차 관세도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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