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적 사고’를 만나다: MZ세대의 몽골 여행기
최기웅 2024. 8. 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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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말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리며, 대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나라. 밤하늘 가득 쏟아질 듯 빛나는 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 12~13세기 세계를 호령했던 칭기즈칸의 땅.
이런 몽골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패키지여행이 필수다. 한반도의 7.4배 넓이에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아 이동이 어렵기 때문. 최근에는 인터넷 카페에서 동행자를 모아 여행을 떠나는 게 유행이다. 유행 따라 카페에서 만난 MZ세대 5명과 대자연을 여행했다.
인천공항 출발 3시간 40분 만에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 “연수진님 팀 맞죠?” 한국어가 유창한 가이드 빌렉이 예약자 이름을 확인하며 차량으로 안내한다. 베테랑 운전기사 따와의 '푸르공'에 몸을 실었다. 푸르공은 옛 소련의 군용차로, 작고 불편하지만 독특한 외관으로 몽골 여행의 상징이 됐다. “힙한데, 좁긴 하네.” 먼저 차에 오른 강윤구(29) 씨가 말했다. 최종 목적지는 몽골 최북부에 위치한 홉스골 호수다.
몽골 여행은 '몽골적 사고'가 필수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비좁은 차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여정은 고단하다. 스마트폰 사용도 어렵다. 하루 평균 8시간의 긴 이동은 피로를 더한다. 이 모든 것이 몽골 여행의 일부다.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풍경 속에서 불편함을 매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시나브로 여행이 시작된다. "여기서 멈추고 사진 찍을까?" 연수진(27) 씨가 말했다. 초원과 푸르공을 배경 삼아 사진과 추억을 남긴다.
푸르공을 타고 달린 지 10시간, '미니사막' 엘승타사르하이에 도착했다. 작지만 파도처럼 일렁일 듯한 모래 언덕이 인상적이다. 쌍봉낙타를 타고, 모래 언덕에서 모래썰매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문다. 숙박은 게르에서 한다. "정말 유목민이 된 기분이네." 게르 안에 누워 오준용(28)씨가 말했다.
어둠이 초원을 삼키면 자연스레 눈길은 하늘로 향한다. 맨눈으로 봐도 은하수가 선명하다. 수억 개의 별이 금방이라도 초원으로 쏟아질 듯하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감탄했다. "이런 하늘은 처음이야." 조민주(21) 씨가 속삭였다. 각자 자신만의 생각에 잠기며, 은하수 아래에서 고요한 밤이 깊어간다.
다음 날, 다시 푸르공을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380km의 광활한 들판을 가로질러 10시간 만에 테르힝차강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몽골 전통 의상을 입고 활쏘기 체험을 하며 저녁 시간을 기다렸다. 저녁이 되자, 허르헉이라는 몽골 전통 음식을 맛보는 시간이 찾아왔다.
"맛있는데? 어디서 먹어본 맛이야?" 강윤구 씨가 말하자, 연수진 씨가 "양갈비 맛인데?"라고 답했다. 양고기와 채소를 돌에 구워낸 허르헉은 원초적이면서도 풍부한 맛을 선사했다. 호숫가에서 허르헉을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하루가 저물어갔다.
네번째 날이다. 자르갈란트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푸르공은 거친 요철에 심하게 흔들렸고, 차 안에서는 웃음과 탄식이 번갈아 터져 나왔다. “진짜 놀이기구 타는 것 같아!” 진주영 씨가 웃으며 말했지만, 흔들림은 생각보다 강했다. 여정이 힘들어질 때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우리를 위로해주었다.
자르갈란트에 도착하니 마치 핀란드의 한가운데와 있는 듯했다. 빽빽한 나무숲이 사방을 감싸고, 공기는 신선하고 맑았다. 이곳에서 우리는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한적한 숲속의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요한 시간을 즐겼다. 숲에서의 하루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온했고, 대자연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도착하기까지의 길은 험난했지만, 자르갈란트에서의 밤은 그 모든 피로를 잊게 할 만큼 특별했다.
여행의 다섯 번째 날, 드디어 홉스골에 도착했다. "옛날 몽골 사람들이 바다라고 믿을 만 해." 오준용 씨가 말했다. 홉스골 호수는 몽골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빌렉이 준비한 삼겹살과 냄비 밥으로 작은 파티를 열었다. 거친 몽골 보드카로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홉스골에서의 마지막 날, 호숫가를 따라 산책하고, 승마 체험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다시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데이터가 안 터지니 스마트폰에서 해방되는 것 같아요. 평소엔 지루하면 휴대폰을 봤는데, 이젠 대화가 더 즐거워요." 마지막 날 조민주 씨가 말했다. "숙소가 불편했지만 이런 경험 언제 또 해보겠어요!" 진주영 씨가 맞장구를 쳤다. 문명의 이기가 갑자기 사라진 대자연 속에서 불편함이 익숙해지는 몽골 여행은 MZ세대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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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영◦조민주 여분의 신발도 꼭 챙기세요!
오준용 음악 꼭 다운 받아 가세요~
연수진 동행을 잘 구해야 재밌습니다!
강윤구 여행 전 사전모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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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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