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갈등으로 번진 의정 갈등···‘N차’로 들어가는 윤·한 충돌

박순봉·유새슬 기자 2024. 8. 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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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 제안 의대 증원 유예 두고 공방
“민심” 대 “비현실” 각자 여론전
윤 대통령 여당 지도부 만찬 연기
여권 정책 조정 능력 상실 실태 확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 및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만찬회동을 앞두고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엔 당대표 경선에 참여했던 원희룡, 나경원 후보도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과 여당이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예정됐던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연기했고, 대통령실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해법인 의대 증원 유예안을 거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당은 민심을 전해야 한다”며 맞섰다. 당정이 각자 여론전을 펼치며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여권 내부의 불통, 정책 조율 능력의 상실, 윤 대통령의 손상된 리더십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28일 의정 갈등 해법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과 관련해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한덕수 국무총리께서 당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의 입장과 무관하게 대통령실은 항상 일관된 입장이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교체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논의되는 의정 갈등 해법에 반대 입장을 다시 강조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도 연기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할 것”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로 민생 대책을 내세웠지만, 의정 갈등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가 원인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완전히 입장이 다른 상황이라 같이 밥먹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약 70분 동안 의료 개혁에 대해 설명하며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는 것은 대안이라기보다는 의사 수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면서 “폄하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강 대 강 대치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해집단의 끈질기고, 구조적인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책을 펴기 어려운 형국에 빠져들고, 정상적인 나라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여당을 상대로 여론전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한 대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당 의원들과 만난 뒤 기자들의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당이 민심을 전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거기에 대한 논의, 어떤 게 정답인지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이날 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만난 것도 의정 갈등 해법을 내놓기 위한 움직임의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누적돼 ‘N차’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갈등을 표출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22대 총선 비례 공천 파동, 김 여사 문자 메시지 무시 및 공개 논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에 대한 입장차가 대표적이다. 윤·한 갈등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 사이 관계는 점차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주요한 현안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계속 부딪히고 있다. 한 대표가 어느 시점엔 직을 던져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오히려 맞부딪혀 싸워주는 용산 덕분에 한 대표가 계속 생존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 쪽은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정 갈등은 여당 내부 갈등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참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당 내에선 ‘투톱’ 간 의견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개혁은 한치도 흔들림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데에서 정부의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께서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는 이야기를 하셨던 거 같다”며 “내가 보기엔 현 상황에 의료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부에서도 백안시하지 말고 이 문제를 포함해서 의료붕괴 막기 위한 대책을 심도있게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여권의 균열을 노려 분열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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