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법은 가진 자를 위한 것인가” 전세사기 일당 감형에 피해자들 절규
“이 나라 법은 가진 자, 권력자들을 위한 건가요. 기대까진 안 했어도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지난 27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를 벌인 남모씨 일당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씨는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2월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남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등 공범 9명도 앞서 징역 4년~13년을 선고받았으나 이번에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감형되며 실형을 피했다.
2심 재판부는 남씨가 재정상태 악화를 알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2022년 1월 이후 받은 보증금만 피해 금액으로 인정했다. 공범에 대해서는 같은 해 5월27일 이후 남씨가 재정상태 악화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시점 이후부터 보증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재판부가 전세사기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피해자 서영섭씨는 “선고를 들으면서 피해자들이 여태껏 목소리를 냈던 건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구나 싶어서 힘이 빠졌다”고 했다. 그는 “재판부는 (2022년 5월 이후) 증액해서 계약한 부분만 죄를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증액 이전부터 보증금으로 낸 금액도 고스란히 저희가 갚아야 하는 돈”이라며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완전히 부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한상용씨는 “재판부가 두 번째 공판 때부터 피해자들에게 탄원서도 전혀 내지 말라고 하더니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생각이 없던 것 같다”고 했다. 한씨는 “우리 집을 계약했던 공인중개사는 집행유예로 풀려나서 웃고 있었다”며 “‘피해 복구를 해주겠다’는 말만 하면서 표정에 진정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고 했다.
지난해 인천에선 남씨 일당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4명이 숨졌다. 서씨는 “이번 선고 소식이 전해지면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사기를 칠 것 같고, 죄를 저질러도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라 생각할 테니 걱정”이라며 “피해자들은 나라가 인정한 공인중개사를 믿었을 뿐인데 공인중개사가 조직적으로 사기 치는 것을 어떻게 당해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와 시민사회는 오는 29일 오전 인천 검찰청 앞에서 남씨 일당에 대한 상고를 촉구할 예정이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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