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시동 거는 김동연…DJ·盧·文 잇고 ‘경제전문가’ 부각
“김동연, 상당히 저돌적…다른 잠룡들과 경쟁하며 시너지 내는 시기 올 것”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잠룡(潛龍)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문(親문재인)계의 적자로 평가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최근 복권되며 정치 재개의 발판을 마련했고,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직을 끝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복귀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잠룡은 김동연 경기지사다. 최근 김 지사의 여러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지사가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대권 플랜을 가동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김 지사의 행보엔 민주당의 전직 대통령들이 자주 엿보인다. 지난 21일 김 지사는 '격랑의 한반도,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김 지사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나는 끝까지 국민과 역사를 믿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역사가 퇴행하는 순간적인 그런 과정에 대한 걱정에서 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역사의 발전을 믿으면서 온몸으로 퇴행을 막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당 포럼은 김 지사의 경기도가 후원해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실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최근 김 지사는 청와대 근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던 탁상시계를 현재 집무실 책상 위 두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친필로 '실사구시'(實事求是)라고 적힌 시계다.
김 지사는 오는 31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특별대담을 갖는다. 노무현재단이 매해 노 전 대통령의 생일 시기에 여는 '봉하음악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리게 된 대담이다. 이날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저녁엔 권양숙 여사와 만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인사(人事)다. 김 지사는 최근 경기도에 친노(親노무현)·친문 인사들을 불러들여 주목받고 있다. 가장 최근엔 친노·친문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전 전 의원은 자신이 도정자문위원장직을 수락한 데 대해 "정치적 의미에 대해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면서 김 지사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 전 의원 외에도 경기도엔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김남수 정무수석, 강권찬 기회경기수석, 강민석 대변인, 주형철 경기연구원장 등이 김 지사의 핵심 참모진으로 일하고 있다.
이런 김 지사의 행보에 대해 사정을 잘 아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선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대해 소홀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그러한 배경 속에서 김 지사의 최근 행보들은 본인이 그 적통을 잇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김 지사는 본래 자신의 전문 영역인 경제·재정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30년 이상 경제 관료를 지낸 그는 지난 27일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언제까지 전 정부 탓을 할 건가"라며 "이제라도 감세 포퓰리즘을 중단하고, 적극적 확장 재정을 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최근 구독자 240만명의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연해 녹화를 마쳤다. 곧 공개되는 인터뷰에서 김 지사가 세제 등 경제 정책 등에 대해 어떤 견해를 밝혔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에서 다선 의원을 지낸 한 중진 정치인은 "김 지사가 상당히 저돌적이어서 놀랍다. 잠룡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모양새"라며 "다른 잠룡들, 특히 비명(非이재명)계가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할 텐데 시기가 되면 그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현재 친명 일색의 민주당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시너지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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