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 돌연 연기

장필수 기자 2024. 8. 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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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국비 2000억원 지원이 걸린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를 내년 초까지 돌연 연기했다.

내년 1월에는 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스케이트장 유치에 나선 전국 7개 지자체의 표를 의식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체육회는 28일 이사회를 열어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공모 연기'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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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초 선거 앞 ‘표 의식’ 꼼수 지적
“3선 도전 이기흥 회장 눈치봐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1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중심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번 대회 성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국비 2000억원 지원이 걸린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를 내년 초까지 돌연 연기했다. 내년 1월에는 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스케이트장 유치에 나선 전국 7개 지자체의 표를 의식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체육회는 28일 이사회를 열어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공모 연기’안을 의결했다. 체육회는 “태릉선수촌 체육문화단지 조성을 위한 태릉선수촌 종합정비계획, 유산영향평가 등의 용역이 완료될 때까지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공모를 잠정적으로 연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9월부터 5개월간 이뤄질 태릉선수촌 내 시설의 활용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받아본 뒤 스케이트장 대체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태릉선수촌 시설 활용 방안 연구와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선정은 연관 지어 추진할 사업이 아니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2022년 12월에 발표한 연구 용역서에서 태릉의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태릉선수촌 내 스케이트장은 2027년에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사적·체육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챔피언하우스 등 일부 시설만 존치하고 스케이트장은 대체 부지를 찾아 이전해야만 했다.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이에 이미 올해 3월 7개 지자체(강원 춘천·원주·철원, 경기 양주·동두천·김포, 인천 서구)가 새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부지 선정 작업은 계속 미뤄졌다. 당초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될 부지 선정 작업은 4·10 총선으로 한번 지연됐다. 이때 대한체육회는 파리올림픽 일정을 소화한 뒤 본격적으로 실사 일정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날 이사회 의결로 내년 초까지 한 번 더 미뤄졌다.

국제빙상장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 관계자와 빙상계 인사는 대한체육회의 이번 결정이 회장 선거와 같은 정치적인 이벤트를 의식한 정무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내년 1월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체육인들은 부지 선정이 끝나는 순간까지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빙상계 체육인 ㄱ씨는 “이미 태릉 내 스케이트장은 없애기로 결정 난 상황인데, 실사를 2주 앞두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연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제스케이트장 유치를 1년 이상 준비해온 지자체들만 광고비와 인건비 등으로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 또한 “선거 이전에 국제빙상장 1차 후보지 발표하게 되면 선정된 곳 외 나머지 6곳의 체육회는 회장 선거에서 반대표 던질 게 뻔하니 부지 선정을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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