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낼지 걱정"...한동훈-이재명 회담 앞두고 갸우뚱하는 민주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첫 회담이 추석 연휴 전, 이르면 다음달 1일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회담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 대표가 정부를 설득해 회담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태도에 대한 우려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면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회담 관련) 의제와 형식에 구애는 받지 않겠으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회담이 열리면 국민들의 기대가 클 것이란 점"이라며 "그 기대에 맞는 성과를 내는 회담이 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25일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회담하기로 했지만 이 대표가 지난 22일 코로나19(COVID-19) 양성 판정을 받아 회담일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과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의제, 일정, 회담 형태, 배석자 등을 두고 실무 협상 중이다.
회담을 앞두고 최근 의료대란 문제도 의제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대란은 한 대표 뿐 아니라 이 대표도 우려를 표하는 대표 민생 문제 중 하나다.
한 대표는 전날(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저는 2025년에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에는 2025년에 현원 3000명의 수업미비로 인해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도 지난 26일 당내에 의료대란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민주당 의원)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8일 당무에 복귀해서도 "먹고사는 문제 뿐 아니라 지금 건강하게 사는 문제도 심각하다"며 "(정부가) 의사정원을 (연간) 2000명 늘린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대체 무엇인가. 이 숫자에 집착한다는 이상한 소문도 있지 않나. 그렇게 할게 아니라 합리적 계획을 세워서 5년에 만 명 증원이 아닌 10년으로 기간으로 늘릴 수도 있지 않나. 민주당은 박주민 위원장을 중심으로 현안을 파악하고 대책 수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당 대표가 의료대란 문제 해결에 뜻을 같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민주당이 회담에 우려를 표한 것은 이같은 의견 교환이 그저 의견 교환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조 수석대변인은 "(한 대표가) 의료대란 수습을 위한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거절당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입지를 좁혀왔다"며 "그럼 대표간 만나는 게 필요한가, 정말로 만나서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27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에 대해 "관련기관에서 검토를 해봤는데 정부로서는 좀 어렵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제안이 정부로부터 사실상 거절당한 것으로 풀이됐다.
민주당이 갖는 의구심의 기저에는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한 대표가 최근 보여준 태도에 대한 민주당 다수 의원들의 반감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이 당초 이번 회담을 진행키로 결정했을 때 민생회복지원금, 지구당 부활과 함께 주요 의제로 거론했던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정쟁 중단, 정치개혁, 민생 회복을 제안했었다.
조 수석대변인은 "한동훈 대표께서 말씀하신 제3자 추천 특검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도 대표 취임 후 한 달 만에 엎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저희 당에서는 이런 대표 회담을 해야 하는 것이냐는 회의감을 갖는 분도 많아졌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급하면 자기들(야당)이 (이미 낸) 법안을 철회하고 독소조항 빼고 대법원장 추천의 형태로 새로 발의하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날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대표를 향해 한 대표가 당대표 후보시절 제안했던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촉구한 시한이었다.
한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을 하자는 것도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특검은 수사 진행 이후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최근에는 채상병 특검법 이야기를 아예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회담 날짜를 잡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양당 대표가 만나 채상병 특검법 논의에 진척이 없다면 민주당 내 의원들 중 이번 회담을 받아들이지 못할 분들이 상당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3자 특검법을 주장했던 한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뒤 말을 바꿔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고 한다"며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대표다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에 일단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의 제안은) 현 상황에서 의료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며 "정부에서도 백안시(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행동 또는 눈빛)하지 말고 그 문제를 포함해 근본적 대책을 심도있게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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