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넘어 에스크·인스타서도 성행···딥페이크 피해 절반이 중학생

장형임 기자 2024. 8. 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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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넘나드는 디지털성범죄]
SNS사용 활발한 10대 무방비 노출
합성물 제작 이어 피해자 사칭도
올해 교원·학생 피해 196건 달해
방심위, 플랫폼과 영상 삭제·차단
교육부, 긴급 TF 구성 주1회 조사
국회도 '디성센터' 권한 강화 추진
텔레그램 ‘지인 능욕’방 캡처.
[서울경제]

“지인 박제하려면 인스타·나이·사진 필수입니다.”

“저 X 에스크에 수위 어느 정도 맞춰서 질문하면 받아주니 하고 싶은 사람은 가보시길.”

메신저 ‘텔레그램’이 딥페이크 음란물 등 ‘지인 능욕’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으로까지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공유된 피해자의 다른 SNS로까지 가해자들이 유입되고 있지만 대부분 외국 서버에 기반해 수사기관이 추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SNS 사용이 활발한 10대가 무방비하게 온라인 성범죄에 노출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에 만연한 이른바 ‘겹지인방’에서는 여전히 피해자들의 이름과 학적, 인스타그램 아이디, 개인 에스크(asked) 주소 등 각종 신상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해당 방에서는 딥페이크 합성물 공유는 물론 피해자들의 일상적인 사진 위에 자신의 성기를 올려놓거나 자위행위를 하고 ‘인증샷’을 올리는 행위도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텔레그램 대화방 내에서 각종 성희롱을 일삼은 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이나 에스크 질문으로 피해자에게 직접 이를 보여주고 왔다며 타 SNS 계정 ‘원정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갈무리.

이 과정에서 수십~수백 명의 가해자들이 미성년자의 에스크 계정으로 몰려가 성기 사진을 보내는 등 수위 높은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했다. 실제로 확인해본 한 10대 여학생의 에스크에는 ‘XX게 생긴 얼굴이다, XX 보고 싶다’ ‘네 사진을 보고 자위행위를 했다’ 등 희롱성 질문이 수백 개 등록돼 있었다. 텔레그램에서 가해자들이 “수위만 잘 지키면 (피해자가) 대답까지 해준다”며 SNS 주소를 공유하는 사이 해당 피해자는 영문도 모르고 사이버 성폭력에 노출되는 것이다.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쳐 익명으로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SNS인 에스크는 예전부터 동급생들이 익명으로 욕설을 하는 등 ‘사이버 학교폭력’의 무법 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텔레그램 딥페이크 범죄와 연쇄적으로 결합되며 더욱 범죄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다만 운영사 ‘모비온즈미디어’는 홈페이지에 자체적인 청소년 보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명시만 한 채 실질적으로는 유해물 대응에 손을 놓은 상태다. 취재진은 이날 수차례 운영사에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한 텔레그램 지인 능욕방에 피해자의 인스타그램 아이디, 전화번호가 함께 공유되고 있다. 장형임 기자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미성년자 온라인 성범죄는 더욱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의 한 관계자는 “10대 피해자의 나체 합성물을 제작해 DM으로 보내거나 피해자를 사칭하는 공개 계정을 만들어 나체 사진을 수십 장을 게시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딥페이크’를 잘 모르는 학부모가 되레 속아서 피해자를 야단치기도 한다”며 “아이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수준의 심리적 충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파악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집계된 학생·교원 딥페이크 피해 건수가 총 196건(학생 186건, 교원 10건)이며 특히 중학교 피해가 1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고등학교는 78건, 초등학교는 8건이었다.

미성년자를 신종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감시·처벌 강화와 함께 SNS 플랫폼 기업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텔레그램은 물론 페이스북,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신속한 영상 삭제 차단 조치와 자율적인 규제를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학생·교원들의 피해에 대응해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TF(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 TF는 매주 1회 학교 딥페이크 사안을 조사하고 경찰청·여성가족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공조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역시 이날부터 7개월간 사이버수사과에 ‘허위영상물 집중대응 TF’를 운영한다.

한편 이날 서지영(부산 동래구) 국민의힘 의원 등 11명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설치의 법적 근거를 담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디성센터는 2018년 설립 이후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지원을 수행해오고 있다. 다만 법적으로 명확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탓에 불법 사이트 측이 디성센터의 삭제 요청에 불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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