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전유물 아니다 … J팝 뮤지션 대형 콘서트 러시
한일 MZ 가수들 축제도
SNS 통해 빠르게 유행
작년 스트리밍 93% 급증
韓 반응 보고 해외 진출
日 기획사들 구애 늘어
J팝 대세 일본 가수들이 올해 하반기 한국 대형 공연장에서 잇달아 단독 콘서트를 연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양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된 시대, 일본 문화에 깊이 빠진 '오타쿠'가 아니어도 J팝을 찾아 듣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연계에서 한국 시장의 입지도 중요해지면서 '내한 러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인기 유튜버 출신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가제는 12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아시아 투어 단독 콘서트를 연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내한 이후 1년 반 만인데, 공연장 규모는 그새 8~9배 커졌다. 지난해엔 피아노 한 대만 놓고 직접 연주하며 노래하는 아시아 투어로, 2000석 규모의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에서 하루 공연했다. 이번 고척돔은 최대 1만6000~1만7000석 규모의 큰 공연장이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팬덤을 가져야 설 수 있는 무대다. 일본 가수로는 2011년 록 밴드 엑스재팬이 1만5000석 규모인 서울 KSPO돔(당시 체조경기장)에서 내한 공연을 연 게 최대 규모라 이번 공연에 여러 이목이 집중됐다. 후지이는 지난 24~25일엔 일본 최대 공연장 중 하나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14만명 관객을 동원하고 서울, 싱가포르 등 아시아 투어에 돌입한다.
대형 내한 공연을 기획한 건 후지이만은 아니다.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약 1만5000석)에도 연말·연초 잇달아 J팝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먼저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주제곡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2인 혼성 유닛 요아소비가 12월 7~8일 이틀 공연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엔 고려대 화정체육관(약 8000석)에서 2회차 공연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7인조 아이돌 보이그룹 나니와단시도 내년 1월 11~12일 같은 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스마프, 아라시 등 일본 유명 아이돌을 만든 기획사 쟈니스(현 스타토엔터테인먼트)에서 2021년 데뷔한 팀이다. 또 인기 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은 8년 만에 내한해 일산 킨텍스 5홀(약 1만석)에서 12월 1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대형 공연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곡 '베텔기우스'로 인기를 끈 싱어송라이터 유우리는 첫 내한 콘서트를 11월 11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약 1000석)에서 연다. 여성 록 밴드 시샤모도 12월 7일 마포구 롤링홀(약 300석)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앞서 올해 상반기 킹누, 아도, 챤미나 등이 내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아예 수십 팀의 한일 가수가 참여하는 J팝 페스티벌도 올해 처음 열린다. 11월 8~10일 3일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원더리벳 2024'다. 라이브 엔터테인먼먼트 브랜드 리벳과 공연제작사 원더로크, 일본 소니뮤직이 제휴했다.
이처럼 빽빽한 J팝 내한 공연 일정은 최근 일본 문화 소비가 늘면서 음악이 대중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J팝 인기는 지난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의 흥행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에 따르면 지난해 J팝 스트리밍 수는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장르별 비중으로 봐도 국내 가요가 70% 안팎을 유지하는 동안 J팝은 2018~2022년엔 0.3~0.4% 정도에 머무르다가 지난해 1.1%로 늘었다. 올해 7월까지도 이 비중은 1.2%를 유지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음악·공연이 바로 공유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뉴진스 도쿄돔 팬미팅 때 하니가 찰떡 소화해 화제가 된 마쓰다 세이코의 곡 '푸른 산호초'는 지니뮤직에서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재생된 J팝 곡이었다. 여기에 숏폼 미디어를 통해 인기를 끈 이마세 '나이트 댄서'를 비롯해 요네즈 겐시 '레몬', 아이묭 '사랑을 전하고 싶다거나', 도미오카 아이 '굿바이바이', 크리피 너츠 '블링-뱅-뱅-본' 등도 인기 곡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공연업계에서 한국 시장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전까지는 시장 규모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 일본 등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는 필수적이어도 반대의 경우는 선택적이었는데, 이젠 해외 공연 관계자들에게도 한국 공연시장 반응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한국 관객의 반응이 워낙 좋고 거리가 가까워 비용 부담도 적다 보니 일본 아티스트들이 해외 진출의 테스트베드로 삼기에 좋다"고 봤다. 황 평론가는 또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꼭 열렬한 팬이 아니더라도 노래를 좋아해서 J팝 공연에 가는 관객이 생길 수 있다"며 "이에 후지이 가제·요아소비 등도 더 큰 공연장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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