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동원 피해자들, 국가 상대 ‘한일청구권 자금 우리몫 달라’ 패소

박강현 기자 2024. 8.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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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조선일보DB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 중 자신들의 몫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잇따라 졌다. 2018년 대법원이 ‘일제 불법 지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만큼 국가가 아닌 일본과 배상을 다퉈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최규연)는 28일 피해자 유족 김모씨 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강제동원 피해자의 상속인인 원고들이 일본 또는 일본 기업에 대해 직접 강제동원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게 됐고, 이 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을 지급받은 이후 경제발전 사업 등에 소비해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벌인 침략·범법 행위에 대해 ‘경제협력자금’이란 이름으로 ‘무상 3억달러, 장기 저리의 정부 차관 2억달러’ 등을 받았는데, 강제동원 피해자 몫으로 지급됐어야 할 돈을 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을 거론하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서 배상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하급심에서도 이 취지에 따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선고를 여러 건 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같은 법원의 민사합의45부(재판장 김경수) 역시 피해자와 유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청구권 협정은 불법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이 협상 과정에서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피해 배상을 부인했기 때문에 위자료청구권이 협정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징용 피해에 대한 배상금도 청구권 협정에 포괄적으로 포함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일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일본 기업 등이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볼 순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반대 취지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측은 개인 배상을 포함한 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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