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용산과 일전불사? "국민 건강 지키는 게 국가 의무" 재차 메시지

한예섭 기자 2024. 8. 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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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갈등으로 번진 의정갈등?…만찬 연기에 韓 "들은 것 없다", 추경호는 "尹 일정 감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부에 제안한 '의대증원 중재안'을 대통령실이 거부한 이후,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신임 지도부의 만찬도 추석 이후로 연기되면서 이 사안이 당정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중재안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알려진 가운데에도 재차 "국가의 의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당이 (정부에) 민심을 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여당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정갈등이 당정갈등으로 번진다는 해석이 나온다'는 질문을 듣고 "국가의 의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지 않느냐"며 "거기에 대해 논의 중이고 어떤 게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시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대란은) 대단히 중요한 이슈"라며 "그에 대해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당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의료인들의 불법 이탈에 손을 들어버리면 그게 국가냐", "미래 세대를 위해 저항이 있어도 의료개혁은 반드시 완수한다"고 강경 기조를 표명했다고 전날 <채널A>가 보도했다.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도 의대증원 유예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인데, 한 대표 역시 '여당 중재론'을 강조하며 물러나지 않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전날 개인 SNS를 통해 본인의 중재안 제안 사실을 공식화하며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고 강조한 데 이어, 이날도 복지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의료대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중재 행보를 이어나갔다.

반면 이날 대통령실은 오는 30일 예정돼 있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 사이 만찬 일정도 추석 이후로 연기해, 한 대표의 의정갈등 관련 행보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만찬 연기 사실을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 측에만 통보하고 한 대표 측에는 통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와 관련해선 "모르겠다"면서도 "제가 따로 (만찬 연기 관련)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질의응답에서 만찬 관련 질의에 "특별히 들은 것은 없다"면서도 "대통령의 일정 상황이 있기 때문에 변화가 있다면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변경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한 대표와 달리 대통령실의 입장을 대변한 모양새라 눈길을 끌었다. 추 원내대표는 이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한 대표의 중재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자 "지금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 "얘기를 듣고 상황을 파악하겠다"고만 했지만 "유예안 관련해서 (한 대표와) 구체적으로 상의를 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원내대표인 자신과 상의도 없이 정부·대통령실에 중재안을 제안한 데 대한 불편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 채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 국면 당시 일었던 대표-원내대표 간의 신경전 분위기가 의대증원 중재안을 두고도 다시 재현될지 관심이 모인다. 중재안 제안 당시 코로나19 확진으로 자리를 비웠던 추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당무에 복귀한 상태다.

추 원내대표는 의료대란 사태에 대해선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선 국민께서 전폭적 지지를 보여주고 계신다. 의료개혁은 한 치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정부 측 원론을 강조했다. 그는 의정갈등 상황에 대해선 "정부도 대화 진행 중"이라며 "일부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끊임없이 정부와 소통하고 의료현장과 소통해 나가면서 국민 걱정을 최소화하는 데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친한계에서는 한 대표의 '여당 중재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 대표 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증원 문제를 두고 당정갈등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 "맨 먼저 고려해야 될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며 "지금 다소 갈등상황처럼 보이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만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서 당이든 대통령실이든 정부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중재안 마련을 위해서라면 '당정갈등을 촉발했다'는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지난 25일 제안한 중재안과 관련해서도 "(한 대표가) 최고위원 중에는 인요한 최고위원과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신 걸로 알고 있고 김상훈 정책위의장과도 긴밀하게 소통하셨다"며 "그런 논의와 소통을 통해 나온 중재안"이라고 강조했다.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의 중재론에 대해 당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인가'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의원님들과 의견을 나누거나 물어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국민 불편과 응급환자들의 여러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당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란 점에 대해선 많은 의원님들께서도 공감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8일 오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의대 증원 계획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에 대해 현재 정부가 내놓은 의과대학 증원 계획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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