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 갈등, 시와 도의회 감정싸움으로

대구/노인호 기자 2024. 8. 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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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막말한 경북도의회 의장 사퇴해야”
경북도의회 “시장이 물러난다면 의장직 걸겠다”
경북도의회 이춘우,박규탁,김대진 대변인은 TK행정통합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뉴스1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둘러싼 갈등이 대구시와 경북도의회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경북도의회 도정질문과정에서 나온 발언 등을 이유로 ‘행정통합 무산’ 입장을 밝혔던 대구시가 28일 경북도의회 박성만 의장에게 막말 사과와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를 받아 들일 경우 통합 논의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어제 경북도 도정질의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강한 비판이 있었으며, 특히 도의회 의장은 대구시장에 대해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그리고 경북도의회는 오늘 입장문을 통해 ‘합의를 전제로 행정통합을 이어나가자’고 발표했다”며 “경북도의회 의장이 막말을 사과하고 의장직을 사퇴하면 통합논의를 재개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북도의회 박규탁 수석대변인(도의원)은 “행정통합 추진을 위해 ‘민주적 절차와 협치’ 그리고 ‘말에 대한 신중함’을 요구하는 것이 막말이라면 그동안 대구시장의 발언은 막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책임지고 대구시장이 물러난다면 의장직도 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연합뉴스

전날(27일) 진행된 경북도의회 도정질의 과정에서 박성만 의장은 “정치인은 말 한마디 할 때 바위덩어리보다 무거워야 하고, 권력의 쓰임새는 깃털보다 가벼워야 한다고 했다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대구시장은 말 한마디를 깃털처럼 가볍게 하고, 권력의 쓰임새는 바위덩어리보다 무겁게 한다. 구시화문(口是禍門), 그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 “260만 도민을 대표해 서로에게 상처주는 언사에 대해 도의회를 대표해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의 발언과 현재 진행되는 통합 절차 등에 반대한다는 도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장기 과제로 돌리고 우리는 대구 혁신에만 집중하는게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며 “통합을 지지해주신 시도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홍시장의 무산 입장 발표 이후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중단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보다 더 큰 난관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가자”고 밝혔지만, 대구시와 경북도의회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요소는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는 2020년부터 시작됐지만, 주민 호응이 적고 정치권 이해관계가 달라 무산됐다. 그러다 홍 시장과 이 지사가 지난 5월 17일 행정통합 재추진을 공식화 한데 이어 6월 4일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등과 4자 회담을 가졌고, 범 정부지원단도 꾸려졌다. 2026년 7월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올해 안에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내용의 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지난 6월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련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 두번째),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오른쪽)과 기념촬영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청사 문제와 통합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방식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공회전하기 시작했다.

대구시는 대구청사, 경북청사, 동부청사 3개 청사를 만들어 관할 구역을 정하고, 의회 청사도 대구시에 두는 것을 법안에 포함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경북도는 수용성,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현 대구시청과 경북도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통합 이후 31개 기초단체 사무 권한 문제도 의견이 달랐다. 대구시는 기초단체의 명칭과 지위는 유지하되, 집행기관인 특별시 아래에 있게 되는 만큼 특별시장이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북도는 중앙정부에게 넘겨받은 권한까지 기초단체에 넘겨 자치권한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의 방침대로 할 경우 기초단체 권한이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북도의 생각이다.

통합 관련한 시도민 의견수렴 방식에 대해 대구시는 시도의회 의결로, 경북도는 주민투표 또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직접 시도민의 의견을 묻자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 26일 3개 청사는 유지하는 대신 법안에는 넣지 않고, 통합 의회 청사 위치도 합동의원 총회를 통해 결정하자는 내용 등을 담은 최종합의안을 만들어 경북도에 제안했다. 다만, 의견수렴 방식은 지난 6월 행안부 등 4자 회담 때 합의한 대로 시도의회 의결을 고수했다. 대구시는 28일을 최종 합의 시한으로 정해 답변을 요구했고, 경북도는 9월말까지 기한을 연장해 더 고민해보자는 입장이었다.

대구참여연대는 행정통합 무산과 관련해 “행정통합 추진 여부도, 내용도, 절차도, 완결 시점도 모두 시·도민의 의견 수렴 없이 두 단체장 마음대로 결정됐다”며 “시·도민을 우민으로 여기는 제왕적 사고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무산을 선언하고 유감을 표명한 홍 시장에 대해 ‘홍준표의 말’을 곧 법으로 여기는 제왕적 행태다. 시·도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시와 경북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에게 행정통합 타결을 위해 정부가 행정체계 중재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도지사는 이 장관과 우 위원장에게 “경북의 시군에서는 권한을 줄이겠다는 대구시의 안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경북도의 안은 대구시 권역 광역행정 관리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정부가 양측이 제안한 제도를 분석해 현행 특별시·광역시도가 아닌 새로운 행정체계를 중재안으로 제안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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