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합병과는 분위기 다르네… 두산, 지배구조 개편 `삐걱`

신하연 2024. 8. 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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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주주 주매수청 불확실성 확대
1대 0.63 합병 비율에 주주들 분통
금감원, 증권신고서 2차 정정 요구
[사진 연합뉴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의 움직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6.2% 보유)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음에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한 가운데 두산 주주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22% 내린 6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밥캣은 0.57% 하락한 4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두산로보틱스(4.27%)와 두산밥캣(4.92%)을 비롯해 두산(3.75%), 두산에너빌리티(2.47%) 등 그룹주가 합병 기대감을 반영하며 일제히 반등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앞서 지난 2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은 주총을 통과했지만 두산그룹의 경우 일반주주의 반발이 훨씬 거센 만큼, 합병 무산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다.

일반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주매청) 관련 불확실성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두산로보틱스 주가 6만6100원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주당 8만472원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두산밥캣(4만3500원)과 두산에너빌리티(1만8480원) 역시 주식매수청구 가격 5만459원, 2만850원을 밑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이 에너빌리티 63.61%, 밥캣 34.24%를 차지하는 만큼, 밥캣과 에너빌리티를 각각 6%가량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또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매입 한도를 넘기며 지배구조 개편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당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증권신고서 2차 정정 요구를 했다. 불공정 논란이 일었던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비율이 정정 신고서에서도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두산로보틱스는 내용을 수정, 보완한 뒤 다시 제출해야 한다. 3개월 이내에 정정된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는 철회된다.

앞서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해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도 "합병이나 공개매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압박에 나섰다.

이 원장은 지난 8일에도 해당 건과 관련해 제출된 정정신고서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흡한 점이 확인되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신고서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산 계열사가 추진 중인 M&A는 먼저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하되, 분할되는 신설법인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의 주식을 이전하고,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분할신설법인을 합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제시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은 1 대 0.63 인데, 이 경우 두산밥캣 주주는 자신의 주식 1주 대신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게 된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두산 입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지분율은 변화 없고,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은 현재 14%에서 42%로 증가한다.

시장에서는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 적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알짜 기업인 밥캣이 로보틱스로 옮겨가며 에너빌리티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외국인들도 두산그룹 관련 주식 처분에 나섰다. 개편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 650억원, 두산밥캣 2850억원을 순매도 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은 "이사회가 자본시장법에 의해 산정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결정했다고 했을 때,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사의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황 연구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두산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의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나, 두산에서 법에서 정한 산식을 그대로 지키겠다고 할 경우 두산밥캣의 주주들이 자신의 손해를 주장하며 구제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단을 찾기 어렵다"면서 "합병비율이 불공정해도 법에서 정한 산식대로 했다면 주주들은 합병 무효의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고 실질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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