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석 달 전 “소방활동 장애 없다” 했는데···사다리차 ‘무용지물’
지난 22일 7명이 사망한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사건이 발생하기 석 달 전 소방당국이 ‘도로변에 위치해 소방활동 장애 요인이 없다’고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해도 진화작업 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사전 보고서지만 정작 불이 났을 당시에는 도로 폭이 좁아 소방 사다리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경향신문이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지난 5월17일자 부천소방서 서부119안전센터의 ‘소방활동 자료조사 결과 보고’를 보면, 해당 호텔의 ‘소방차 긴급통행 등 소방활동 장애 요인’에 대해 “도로변에 위치해 소방차량 진입 원활하고 소방활동 시 장애요인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내용은 2022년 5월 31일 작성된 소방활동 자료조사서에도 담겼다.
실제 현장은 달랐다. 화재 당시 고가 사다리차 2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도로 폭이 좁아 무용지물이었다. 호텔 앞 도로 폭은 약 9m인데, 지정주차구역이 있어서 사다리차 사용에 필요한 최소 폭(7.5m)이 확보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당시 이런 상황 때문에 “사다리차를 사용할 여건이 안 됐고, 에어매트가 구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소방활동 자료조사는 관련 법에 따라 소방활동에 필요한 요인들을 미리 점검해두는 절차다. 그런데 실제 환경과 맞지 않은 내용이 기재돼 있어 보고 내용과 달리 구조 활동에 장애 요인이 생긴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숙박시설이므로 화재 발생 시 다수 인명피해 우려 있음”이라고 지적하기도 헀다.
김 의원실을 통해 추가로 확인한 2021년~2024년 ‘소방시설 등 자체점검 결과에 따른 조치명령서’를 보면, 이 호텔에는 스프링클러가 지하 1·2층에만 설치돼 있었다. 2018년 ‘6층 이상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 호텔은 2004년 완공돼 해당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호텔에는 누전탐지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자동화재탐지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누전으로 침대 매트리스에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 발생을 제 때 대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호텔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7차례 자체 점검 결과 28차례 불량사항이 확인됐다. 피난구 유도등의 점등 및 연기 감지기의 불량이나 분말소화기 사용 가능 햇수가 지났다는 내용 등이었다. 지난 5월7일 실시한 자체점검 내용을 보면 1·2·3·6·7·10층에서 피난구 유도등 불량이 발견됐다. 하지만 점검 직후 정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됐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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