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표금리, CD수익률→KOFR 전환 위해 인센티브 제공”
“코파, 소비자 편익·통화정책 유효성 제고할 것”
한은·금융위, 워킹그룹 출범… “규제정비 추진”
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와 함께 국내 무위험지표금리(RFR)인 ‘KOFR(코파)’가 금융거래의 지표금리로 정착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와 인센티브 제공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코파란 국채와 통안증권을 담보로 한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2021년 코파를 국내 RFR로 선정하고 산출·공표해오고 있으나, 아직 시장에서 지표금리로 안착되지 못한 상태다.
◇ 코파, 리보 ‘호가담합’ 사태 이후 개발
한은과 자본시장연구원은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KOFR 활성화를 위한 주요과제 및 향후 추진방향’이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한은 공개시장부 공대희 부장, 자금시장팀 황영웅 팀장 등이 참석해 관련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한은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RFR로 2019년 코파를 개발했다. CD금리가 이미 국제시장에서 신뢰성을 잃은 리보(LIBOR)처럼 호가담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2년부터 주요 선진국에서 리보를 대체할 별도 RFR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코파가 시장에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면서 아직도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CD금리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한은은 앞으로 코파 연계시장을 ▲OIS(오버나이트스와프·금융기관간 거래에 적용되는 하루짜리 단기금리) ▲선물 ▲변동금리부채권 ▲대출 등 4개로 구분하고 인센티브 등 코파 활성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은은 금융위와 관련 협의회를 구성하고 CD금리에서 코파로의 지표금리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는 이를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유관기관 및 시장참가자들이 참여하는 민간 워킹그룹을 출범시켜 활동해왔다.
황 팀장은 “코파가 국내 금융거래의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파생·현물거래에 필요한 관련 규제 정비 및 인센티브 제고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신규 거래시 일정비율 이상 코파-OIS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행정지도, 한은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선정시 코파 거래실적을 반영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 한은 “코파 정착 시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한은은 코파가 국내 금융상품 거래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로 자리잡으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과정에 금융시장 여건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코파를 적용하면 금리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의 경우 각 은행이 출시한 코파 기반 대출상품 간 가산금리를 직접 비교할 수 있어 은행 간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코파 대출상품이 출시되면 코픽스(COFIX) 등 여타금리와 연계된 대출상품과 비교할 수 있어 차주의 금리선택권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공대희 한은 금융시장국 공개시장부장은 “현재 CD금리를 기반으로 한 대출금리 산정체계는 조달 비용의 변동 리스크를 고객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코파는 기준금리에 붙어서 움직이기 때문에 변동 리스크의 부담 주체가 고객에서 은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코파의 도입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제고될 것으로 판단했다. 코파는 통화정책 파급경로가 시작되는 초단기시장에서 결정되는 익일물 RP 금리인 만큼, 한국은행 기준금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파를 처음 산출한 2021년 11월 이후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금리 격차) 평균과 표준편차는 각각 0.9bp, 12.8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 CD금리(28.1bp, 22.7)보다 낮았다.
이 총재도 이날 개회사를 통해 코파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파가 지표금리로 활용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풀어나가야 할 많은 난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 최고경영자(CEO)의 ‘변화를 피할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 미리 변화를 준비하라’는 조언을 인용하고자 한다”며 시장참가자들이 지표금리 전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를 당부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도 환영사에서 “2023년 6월 미 달러화 리보 산출이 중단되면서 지난 40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해 온 지표금리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지표금리인 코파가 파생거래를 시작으로 다양한 금융거래의 준거금리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장참여자와 금융당국의 체계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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