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기밀’ 이렇게 허술했나···7년간 출력·촬영·캡처·메모로 유출
중국 정보기관 요원이라는 동포에 포섭 당해
대가 1억6000만원 수수···북한 연계성 미규명
비밀 요원 명단 등 기밀 정보를 유출한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49)에 대한 군검찰 수사 결과 정보사의 허술한 보안 실태가 확인됐다. A씨는 정보사의 보안 체계를 무력화하며 7년 동안 비밀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28일 A씨와 관련한 수사 결과를 설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4월 중국 연길 공항에서 중국 공안에게 붙잡혔다. A씨는 정보사 부사관 출신으로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옷을 바꿔 입은 뒤 중국에서 첩보 활동을 해왔다.
A씨를 붙잡은 이들 중 한 남성은 한국어를 쓰는 중국 동포였다. 그는 자신을 중국 정보기관 소속 요원이라고 소개하고, A씨를 포섭했다.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중국에서 체포된 사실을 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A씨는 그 이유에 대해 “(중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중국 동포로부터)가족과 관련한 협박을 받아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A씨는 중국 동포에게 기밀을 넘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다루는 기밀이나, 다른 부서의 기밀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화면을 캡쳐하거나 메모하기도 했다. 이 자료를 분할 압축해 중국 클라우드 서버에 올렸다. 그런 다음 중국 메신저 위챗의 음성 메시지로 클라우드 서버의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A씨가 중국 동포에게 넘긴 파일에는 2·3급 기밀과 블랙요원(신분 위장 요원) 정보가 담겼다. 군검찰 관계자는 “(블랙요원이)북한 쪽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아니다”고 말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임을 시사했다. 그가 넘긴 파일은 문서 형태로 12건, 음성 메시지 형태로 18건 등 총 30건이다.
A씨는 2017년 11월께부터 현금으로 돈을 받기 시작했고 그 시점을 전후해 군사기밀을 누설하기 시작했다고 자백했다. 다만 군검찰은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돈을 받은 것이 확인된 시점은 2019년 5월부터라고 밝혔다.
A씨는 그 대가로 현금을 받았다. A씨는 약 40차례 중국 동포에게 4억원가량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1억6205만원만 수십 차례에 걸쳐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최대한 빨리 (기밀을)보내달라’는 요구에 “돈을 더 주시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고 했다고 군검찰은 전했다.
중국 동포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는 수사가 시작되자 종적을 감췄다. 다만 군검찰은 A씨에게 입금한 차명계좌를 추적해 중국 동포가 어느 소속인지를 특정하는 단계에 와 있다. 현 상황에선 중국 동포가 북한과 연계됐다고 확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고 군 검찰은 전했다. A씨는 당초 혐의를 부인했지만, 포렌식 자료 등 관련 증거를 내밀자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국군방첩사령부가 복구한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만 2000건에 달한다.
군검찰단은 지난 27일 A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를 맡긴 음성분석 결과 등 추가 증거를 토대로, 중국 동포의 북한과 연계성이 밝혀지면 군형법상 간첩죄로 추가 기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와 별도로 정보활동 관련 예산 160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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