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운수 좋은 날'…축배 대신 고개 숙인 임종룡

이경남 2024. 8.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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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결의…'종합금융그룹' 성큼
이사회 직후 고객숙인 임종룡…"조사결과 겸허히 따를것"
당국 관계 개선 불씨 살렸지만… 추가 조사·수사는 '변수'

우리금융지주가 착잡한 하루를 보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한꺼번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그룹의 숙원이었던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9부 능선을 넘겼다. 축배를 들 수도 있는 날이었지만 이를 진두지휘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최근 적발된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및 이에 대한 대응 부실 등으로 사과에 나서면서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지주에서 발생한 부당대출에 대한 사실을 알린 이후 우리금융지주가 일부 반박하는 설명을 내놓은 탓에 당국으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당했다. 이날 임종룡 회장이 고개를 숙이면서 당장에 관계개선의 불씨를 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금감원의 추가 검사 및 제재 가능성은 남아 있어 동양생명 인수 인허가와 거취 등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5년만에 종합금융그룹 도약 성큼

우리금융지주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지분은 동양생명 75.34%, ABL생명 100%로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주인이었던 중국 안방보험 그룹 측에서 2조원이 넘는 매각가를 희망할 것으로 점쳤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이를 대폭 깎는데 성공했다고 분석한다. 우리금융이 애초에 공언했던대로 '오버페이' 하지 않고 현재 감당 가능한 여력 아래에서 보험사 인수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병시켜 통합 보험사로 진출시킬 경우 중형 생보사를 손에 쥘 수 있는 딜을 성사시켰다"라며 "특히 안방그룹에서 희망했던 가격과 시장의 예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M&A를 성공시켰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 금융지주회사로 재출범한 이후 줄곧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은 축배를 들 만한 날이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이후 줄곧 은행과 보험사 M&A를 추진해왔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오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5년만의 성과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초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며 증권업에 진출했다. 이날 생명보험사 인수를 내부에서 확정하면서 은행, 보험, 카드,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9부 능선을 넘은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SPA 체결은 보험사 인수를 위해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며 "최종 인수까지는 금융당국의 승인 등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심사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축배 들지 못하고 고개 숙인 임종룡

증권업과 보험업 사업 포트폴리오를 진두 지휘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축배를 들지 못했다. 오히려 고개를 숙여야 했다. 최근 적발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관련한 부당대출 건에 대한 사과였다.

이날 이사회 직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한 임종룡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로 인해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어제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있었고 현재 진행중인 금감원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데, 숨김없이 모든 협조를 다해 이번 사안이 명백하게 파악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더욱 강도높게 고쳐나가겠다고도 했다.

임 회장은 "지주와 은행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대안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올바른 기업문화 정립을 위한 심층적인 대책 강구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임종룡 사과, 관계 회복 불씨…거취·M&A는 물음표

금융권에서는 이날 임종룡 회장의 발언 중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이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고 발언한 데 주목한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부당대출에 대한 우리금융의 늑장 대응과 관련해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당국 일각에선 이를 두고 중징계 처분까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이번 부당대출 건으로 인해 우리금융이 기관제재를 받게 될 경우 최악의 경우 보험사 인수 인허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임 회장은 조병규 은행장을 포함해 금감원의 처분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금감원의 면을 살려주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맨처음 부당대출 결과가 발표됐을때 우리금융 쪽에서 이에 반박하는 듯한 설명을 해 금융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후 연이어 관련 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임종룡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이면서 금감원의 면을 살려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추가 조사와 제재 여부에 따라서 임종룡 회장의 거취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종룡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로 이제 임기의 절반을 보냈다.

절반의 임기를 보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기에 '별 탈'이 없었다면 연임이 가능했었을 것이란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고 숙원과제였던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도 사실상 성공시켰다. 

다만 이번 부당대출 적발 및 사건 축소 등의 의혹이 불거졌고 임 회장이 이에대해 직접 고개를 숙인 만큼 연임 사정권에서 일찌감치 멀어졌다는 분석이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임 회장 뿐만 아니라 조병규 우리은행장 역시 임기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함께 제기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해 12월 임기가 종료되는데 이번 부당대출이 은행에서 발생한 데다가 이에 앞서서는 횡령 사건까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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