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 6년 만에 국회 통과...서영교 "억울하고 고통받는 가족 없길"

고(故) 김종안 선원 누나 김종선 씨 "너무나 당연한 법...우리 같은 가족 지켜달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구하라법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 의원이 20대 국회부터 22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자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하라법'을 발의한 지 6년 만이다. /서영교 의원실 제공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저와 동생을 버리고 간 사람이 54년 만에 나타나 죽은 동생의 재산과 보험금, 연금을 다 가져갔습니다. 저희를 키워준 고모는 동생 실종 후 암으로 병원 생활하고 있고 저와 올케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거제 바다 어딘가에 있을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제 동생의 54년 삶을 잊지 마시고 저희와 같은 가족을 법이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무섭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자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28일 6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고(故) 김종안 씨의 누나 김종선 씨는 눈물을 흘렸다. 선원이었던 김종안 씨는 지난 2021년 1월 거제 앞바다에서 어업 중 실종됐다. 김종안 씨가 남긴 재산과 사망보험금, 선박회사의 합의금 등은 50여 년 전 남매를 버리고 간 친모에게 돌아갔다. 법원은 친모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종선 씨는 이후 거리에서, 국회와 정부부처를 오가며 호소했다. 김종선 씨의 사연이 알려진 뒤 '선원 구하라법(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이 지난 7월 말부터 시행됐다. 비슷한 내용으로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공무원 구하라법(공무원연금법·공무원재해보상법)'은 2021년 6월부터, '군인 구하라법(군인여금법·군인재해보상법)'은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이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구하라법은 마지막 조각이다.

김종선 씨는 이날 구하라법을 비롯해 선원·공무원·군인 구하라법을 대표발의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자식을 버리고 54년 만에 나타나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온 사람이 진정한 부모라고 할 수 있느냐"며 "낳은 정보다 키워준 정이 무섭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당연한 법안의 통과가 너무 힘들고 늦어졌다"며 "앞으로는 우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힘든 가족들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법안 통과를 촉구해 온 다른 유가족들도 서 의원에게 감사를 전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는 "과거에 통과되었어야 할 법이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피해자들이 함께 나오셔서 목소리를 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 법안을 제시해 주신 노종언 변호사와 끝까지 통과시켜 주신 서 의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동생 이름이 들어간 '구하라법'이 앞으로 발생할 피해자들을 많이 구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故) 강한얼 소방관의 언니 강화현 씨는 "가슴이 벅차다"며 "국민의 입장을 들어주고 안아주고 몇 년 동안 지치지 않고 진정한 유족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끝까지 싸워주신 서 의원이 있어 가능했던 결과"라고 했다. 그는 "생모와 싸우는 동안 죽을 만큼 억울하고 미쳐버릴 것처럼 힘든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서 의원님 덕분"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에 맞게 법을 고치는 데 6년이 걸렸다. 제가 통과를 위해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많은 국민께서 공감해 주고 함께해주신 덕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서 의원은 20대 국회부터 22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구하라법을 발의해 왔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구하라법은 간단하다. 아이를 낳았으면 양육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가수 고(故) 구하라 씨를 비롯해 잘못된 법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살며 서로를 지켜준 가족을 위한 법, 구하라법이 통과되어 참으로 기쁘다"며 "하늘의 별이 된 가수 구하라 씨, 순직 소방관 강한얼 씨, 선원 김종안 씨에게 구하라법 통과로 조금이나마 위로의 뜻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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