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를 3990원에"…초저가 델리 대박 낸 '킴스클럽'
애슐리퀸즈 메뉴 200여 종을 균일가에
'델리 바이 애슐리' 인기에 집객 효과도
이랜드킴스클럽의 초저가 델리(즉석조리식품) 전문관 '델리 바이(by) 애슐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200여 종의 음식을 3990원에 판매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 몰이에 성공했다. 가성비 뷔페로 인기가 높은 '애슐리'를 내세운 점도 주효했다.
실제로 28일 오전 9시50분경 방문한 킴스클럽 강남점 '델리 바이 애슐리'는 아침부터 많은 고객이 몰리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매장의 정식 오픈 시간이 10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진열이 시작된 제품을 여러 개씩 쓸어가는 고객들이 많았다. 이 매장은 오픈 첫날이었던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1만개의 제품을 판매하며 4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365일 3990원
델리 바이 애슐리는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 '애슐리퀸즈'의 메뉴를 즉석조리식품으로 상품화 해 선보인다. 가장 큰 매장인 강남점의 경우 매일 총 200여 종의 메뉴를 판매 중이다.
킴스클럽이 전 메뉴 3990원의 균일가 델리 전문관을 선보인 것은 지난 3월이다. 킴스클럽은 '마트 안의 뷔페'라는 콘셉트로 즉석조리식품을 선보이는 '애슐리 월드델리'를 강서점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6월 킴스클럽 부천점, 7월 강남점까지 총 3개의 매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름도 현재의 '델리 바이 애슐리'로 바꿨다.
델리 바이 애슐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애슐리'라는 브랜드에 있다. 애슐리는 올해 론칭 21주년을 맞은 인기 뷔페다. 200여 종의 메뉴를 평일 런치 기준 1만9900원에 판매하며 '가성비 뷔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로 2022년 말 기준 매장 수가 59개까지 줄었으나 오는 29일 이마트 죽전점(스타필드마켓) 내 100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의 델리 코너 브랜드 자체가 알려져 있는 경우는 찾기가 어렵다. 반면 델리 바이 애슐리의 경우 애슐리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단번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델리 바이 애슐리는 이랜드킴스클럽, 이랜드이츠가 함께 운영한다. 이랜드이츠의 파트별 전문 셰프로 구성된 메뉴 개발 전담팀이 외식 메뉴 트렌드를 델리 메뉴 개발에 반영한다. 이 팀은 매주마다 R&D 개발, 내부 품평, 현장 테스트를 거쳐 신메뉴를 선보인다. 애슐리퀸즈에서 나오는 신메뉴 역시 델리 메뉴로 함께 개발한다.
델리 바이 애슐리가 각 매장 내 주방에서 셰프가 직접 조리한 음식을 선보인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델리 바이 애슐리 강남점의 경우 하루 평균 약 40명의 직원이 음식 조리와 상품 포장에 투입된다. 일반적인 대형마트가 센트럴키친(CK)에서 조리 또는 반조리 상태로 완성된 제품을 공급 받아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외에도 델리 바이 애슐리의 피자는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피자몰'이, 빵은 '프랑제리'가 만든다.
델리 바이 애슐리의 또 다른 강점은 '3990원'이라는 가격이다. 델리 바이 애슐리는 200여 종의 메뉴를 1~2인분 용으로 소포장 해 전체 3990원의 균일가에 판매한다. 애슐리의 대표 메뉴인 치킨을 비롯해 후토마키, 대형 유부초밥, 맥앤치즈, 샐러드 등이 모두 3990원에 판매된다.
식자재 유통 계열사인 이랜드팜앤푸드를 통해 식자재를 공동 구매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는 게 이랜드의 설명이다. 일반 델리와 달리 1인용으로 소포장 돼있고 가격이 낮다 보니 다양한 메뉴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델리 바이 애슐리의 큰 강점 중 하나는 '애슐리'라는 브랜드"라며 "애슐리가 20년 동안 축적한 구매 노하우와 메뉴 개발 프로세스를 델리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자주 산다
고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가장 먼저 문을 열었던 강서점의 경우 고객 1인의 평균 구매량은 9개에 달한다. 강남점의 경우 인근에 대형마트가 없다보니 자주 방문하는 고객이 많다. 이런 고객들은 가족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하루에 두세 차례씩 방문해 즉석조리식품을 구매한다. 매 끼니마다 매장을 찾아와 식품을 구매하는 단골 고객도 생겼다.
실제로 지난 8월 첫째주 기준 강서점과 부천점, 강남점 델리 바이 애슐리에서의 누적 판매량은 65만개를 넘어섰다. 가장 규모가 큰 강남점의 경우 현재 주중에는 하루에 약 5000개, 주말에는 8000개 가량의 제품이 판매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델리 상품은 가정간편식(HMR)처럼 추가로 조리할 필요도 없어 주부는 물론 마트 인근의 직장인 방문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며 "20~30대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델리 바이 애슐리의 인기는 킴스클럽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델리 바이 애슐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다보니 인근에 진열한 상품들이 판매량이 늘고 있어서다. 델리 바이 애슐리 강남점이 대표적이다. 이 매장은 즉석조리식품 사이에 연관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치킨 옆에 하이볼이나 맥주를, 파스타 옆에 오일을, 샐러드 옆에 닭가슴살을 놓는 식이다.
이달 중순부터 델리 코너 옆에 오일 제품을 배치한 후 약 일주일만에 매출이 50% 상승하기도 했다. 델리 바이 애슐리 바로 옆의 리빙관 매출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이 곳은 메인 입구에서 다소 거리가 먼 3관인 탓에 그간 고객의 발걸음이 뜸했지만 델리 오픈 후 집객 효과로 수혜를 입었다.
킬러 콘텐츠 된 델리
이랜드가 델리 바이 애슐리를 기획한 것은 오프라인 장보기 트렌드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줄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고객의 발걸음을 붙잡을 '킬러 콘텐츠'가 절실하다. 게다가 최근 마트에 직접 방문하는 고객의 경우 대량 구매를 하기보다는 마트에 자주 들러 조금씩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이랜드킴스클럽은 일본의 마트 내 가정 간편식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대형마트들은 이런 사회상을 반영한 소포장 델리와 간편식, PB(Private Brand) 상품을 주요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랜드는 일본의 사례와 국내 트렌드에 맞춰 수백 가지의 뷔페식 델리를 균일가에 선보이는 델리 바이 애슐리를 기획하게 됐다.
이랜드킴스클럽은 대규모 주방을 마련할 수 있는 중대형 점포들을 중심으로 델리 바이 애슐리를 확대할 예정이다. 다음달 4일 NC백화점 불광점 내 킴스클럽에 델리 바이 애슐리 4호점이 문을 연다. 킴스클럽 불광점은 전국 킴스클럽 중 매출 상위 5위에 들 정도로 고객이 많은 점포다. 이어 야탑점, 평촌점 등에서도 델리 바이 애슐리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최근 국내 오프라인 장보기 트렌드에 맞춰 3990원의 저가, 압도적인 가짓수의 뷔페식 델리로 델리 바이 애슐리를 기획했다"며 "하반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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