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실종된 어머니 유골까지···일본 ‘쓰레기 집’ 해결이 어려운 이유
수도인 도쿄에는 880개로 가장 많아
일본 ‘쓰레기 집’ 10곳 중 7곳은 거주자가 건강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철거, 청소 같은 일시 대책을 넘어 복지 강화를 포함한 포괄적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본 총무성은 전국 ‘고미야시키’(쓰레기집) 전국 실태조사를 최초로 진행한 결과 이날 이같이 발표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은 전했다.
쓰레기 집은 엄연히 사람이 거주 중이나 가구, 박스, 상한 음식물 등이 집 안팎에 쌓인 가정용 주택을 뜻한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인구 10만 명 이상인 시·특별구 30곳에서 181개 사례를 선택해 조사했다.
조사 대상 쓰레기 집 상당수에서 악취와 바퀴벌레 등 해충이 발생해 주변에 영향을 미쳤고 화재 발생 우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된 물이 주변에 흐르거나 건물 붕괴 우려가 발생한 곳도 있었다. 지난해 일본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224개 쓰레기 집이 존재하며, 수도이자 대도시인 도쿄가 880개로 가장 많다.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에서는 혼자 살던 한 남성이 자신의 쓰레기 집을 정리하다가 1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유골을 발견하는 일이 있었다. 직장을 옮기기 위해 먼 곳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전문 청소업체를 불렀다가 벌어진 일이다.
어머니 실종 당시만 해도 아버지, 누나까지 네 명이 사는 집이었지만, 이후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누나는 직장 때문에 나가 살았다고 한다. 이 남성은 어머니가 생전 예고 없이 며칠씩 집을 비우곤 했고 가족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누구도 귀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조용히 사망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전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집이 악취나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이상한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쓰레기 집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건 일단 쓰레기 정의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은 전했다. 일반적으로 쓰레기는 생활 중 발생한 불필요한 물건, 더는 사용하지 않는 폐기물 등을 뜻하는데, 본인이 ‘쓸모있는 것’, ‘나에게 중요한 사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쓰레기로 취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총무성 조사에서도 쓰레기 집이 해결되지 않는 원인으로 “거주자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가 81.5%, “거주자가 해결을 원치 않는다”가 58% 거론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쓰레기를 ‘소중한 물건’이라고 주장한 사례도 30%에 달했다.
명도소송에 따른 철거나 화재 예방을 이유로 한 소방 당국의 철거 권고가 가능은 하다. 하지만 쓰레기 적체 현상을 일시적으로 해소한다 해도 거주자의 행동 패턴이 바뀌지 않으면 쓰레기 집 재발 우려가 남는다고 FNN은 분석했다.
조사에서 쓰레기 집 거주자 72.1%는 건강 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약 30%는 생활보장 대상자였다. 약 60%가 1인 가구였고, 그중 절반 이상인 32%가 65세 이상 노년층이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선 유사한 현상을 ‘호더’(hoader)라고 부른다. 호딩 장애(저장강박증)를 지닌 사람이란 뜻으로, 불안감이나 우울증을 배경으로 한 정신 질환으로 여겨진다.
FNN은 “총무성이 ‘쓰레기 집 (문제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사례 중 70%는 도우미의 방문 간호, 지자체 직원의 순회 방문 등 복지적 지원이 지속됐다”며 “쓰레기 집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것만 하면 괜찮다는 단 하나의 결정적 대책은 없다”는 총무성 분석을 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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