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탱볼 같은 철 조각의 놀라움…존 배, 10년 만의 개인전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4. 8. 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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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 입니다."

관객이 관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말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가 답한 말이다.

철 조각가 존 배(87·본명 배영철)가 10년 만에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 연다.

"조각 작품이 결과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 인가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제가 만들어 가는 물체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것보다 저는 대화 하고 싶습니다. 어떤 행동을 한 뒤에 결과를 쳐다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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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서 '운명의 조우'…40점 전시


존 배, Shared Destinies, 2014, 철, 85.5 x 108 x 85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놀라움 입니다."

관객이 관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말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가 답한 말이다.

철 조각가 존 배(87·본명 배영철)가 10년 만에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 연다. '운명의 조우'를 타이틀로 40여 점을 전시한다.

28일 전시를 개막한 갤러리현대는 "이번 전시는 존 배의 70여 년의 예술적 여정을 집약적으로 선보이는 자리"라며 "1960년대 초반 구상주의에 영향을 받아 제작된 초기 강철 조각을 비롯하여 연대기별로 주요 철사 조각, 드로잉과 회화까지,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해 소개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8일 갤러리현대에서 존 배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존 배 작가는 관객들에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조각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마치 공기처럼 가벼운 기운을 전한다.

예술이 된 단단하고 거친 철은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다. 점과 선이 연결되어 만든 텅 빈 공간은 '탱탱볼' 같은 탄성이 느껴진다.

'되어감'이 긴장감, 공간감으로 드러난다. 매일 매일 지금도 작업하는 존 배 작가의 숙련된 솜씨다. 그는 "뜻밖의 모습이 더 좋다"고 했다.

"조각 작품이 결과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 인가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제가 만들어 가는 물체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것보다 저는 대화 하고 싶습니다. 어떤 행동을 한 뒤에 결과를 쳐다보는 것이죠."

'움직이는 듯한 조각'은 그의 취향에서 나온다. "저는 다양한 스포츠, 발레, 현대 무용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개의 작업이 공간에서 움직이는 점이나 선에서 시작합니다."

갤러리현대 존 배, Heaven and Earth (연작 1–7), 2024, 철, 가변 설치. *재판매 및 DB 금지

작업은 미리 완성을 상정하지 않은 채 시작한다. 공간 속에 놓인 점과 선과 대화를 이어가며 유기적인 구조로 작품을 구축한다.

"어찌 되든 시작적 효과를 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조각을 하나씩 더해갈 때마다 형태가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대화와 비슷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들 듣고 관찰하고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대화가 계속되면 그것을 어떤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데 그것이 위험합니다.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더라도, 발상이 그것을 원하는지가 문제지요. 그래서 항상 내면의 갈등이 있습니다."(리졸리 엘렉타 출판사 발간 존 배 모노그래프-대런 아로프스키와 인터뷰 중)

대학(프랫인스티튜트)때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조각을 위해 형태와 구조에 대해 많은 탐구를 했다. "광물부터 원자와 분자까지 다양한 구조를 탐구하다 보면 구조내의 기하학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기하학의 깔끔함, 순수함에 이끌렸다"고 했다.

존 배, Involution, 1974, 철, 98 x 98 x 97 cm *재판매 및 DB 금지

점과 선이 연결되어 무엇이 된 조각은 유기적인 생물체처럼 보인다. 구 형상의 그물망은 외부가 되고 내부가 되는 형상으로 상생과 평화가 깃들었다. 앞선 철사와 뒤에 붙은 철사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공간과 균형을 이루는 힘을 발산한다.

올해로 87세. 10년 만에 서울에 온 그는 오래 서 있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 영어로 말하는 그는 작품처럼 강하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1949년 12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1952년 웨스트버지니아주 휠링에 있는 오글베이 연구소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8세에 모교인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최연소 교수로 임명됐다. 약 40년 간 교수로 활동하는 그는 올해 명예박사를 수여 받았다.현재 미국 코네티컷 페어필드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전시는 10월20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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