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국회 통과에 "간호사 불법 진료 신고받겠다" 칼 빼든 의협
간호법안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협 회원인 전국 의사를 대상으로 정당에 가입해달라고 독려했다. 또 간호사의 불법 진료행위에 대해 신고받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간호법안이 제정되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명분이 완전히 사라지고, 한국의료는 복구하지 못할 정도로 붕괴할 것이란 게 의협의 주장이다.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 단식농성 천막에서 진행한 일일 브리핑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사들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누구보다 바라왔다"며 "하지만 직역 간 갈등을 야기한 일부 세력의 농간으로 간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에 대해 '간호사가 진단하고, 투약을 지시하고, 수술하게끔 만들어주는 법'이라고 규정했다. 임 회장은 "전공의들이 반년 전 병원을 떠났을 때 정부와 국회는 환자 곁을 떠났다고 마녀사냥하고 조리돌림해 의사들이 악마의 화신이 됐는데, 이번에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가 환자를 내팽개친다고 하자 한없이 존중하고 관대한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는 보건의료노조가 오는 29일 총파업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는 의료 붕괴를 목도하며 사직해 미래를 포기한 전공의들을 환자를 버린 패륜아로 취급했는데, 파업 으름장을 놓은 보건의료노조에게는 발 빠르게 간호사 특혜법을 통과시키며 화답했다"며 "불과 1년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그 법안 그대로를 여당이 주도해 통과시키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임 회장은 "전국 14만명의 의사들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모든 힘을 모아 정부의 폭압적 의료개혁 만행을 막아내겠다"면서도 국민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국민께서도 하루속히 의료사태 해결되도록 의료계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달라"며 "저들이 각성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시하도록 요청해달라"고도 했다.
이날 의협은 간호법 통과를 이유로 2가지 대응책을 밝혔다. 첫째는 '간호사 불법 운영 피해신고센터(전화 02-6350-6511) 개설'이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국민들은 의사에게 진료를, 간호사에게는 간호받기 원하는데도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하게 하는 법(간호법)을 방금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8년 모 병원에서 종양 전문 간호사가 골수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골막천자를 시행했다. 골반 뼈 겉면을 뚫고 골수를 채취하는 방식인데,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최 대변인은 "침습적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가 진료 보조가 아닌 진료 행위 자체를 시행한 사건"이라며 "당시 서울동부지방법원 2심 재판부는 '의사만 해야 할 침습 행위에 가깝다'고 판단해 결국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병원에서 고작 30분에서 길게는 한두 시간 의사 업무를 교육받고 의사 업무를 하게 하는데, 이에 따라 생긴 의료사고 등의 문제는 의사가 지고 있다"며 "의사 진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보거나 이에 따라 피해 본 국민은 신고해달라. 의료·법적 자문을 통해 불법 의료로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둘째는 '정당 가입 운동'이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회원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돈을 내고 가입해 정책을 만드는 과정부터 관여하자는 전략이다. 최 대변인은 "일단 의사 10만명 정당 가입 운동을 펼치려 한다"며 "어느 정당이든 한 달에 1000원, 2000원만 내면 정당의 보건의료정책 제도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 미진한 점은 개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사 전 회원 정당 가입 운동으로 의사들의 정치 세력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어차피 말로는 그들(대통령과 정치권)을 설득할 수 없으니 의사만의 강력한 정치 세력화를 구축해 의료정책 수립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단식 3일째에 접어든 임현택 회장은 폭염으로 몸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변인은 "임 회장은 단식 2일째인 어제(27일) 저녁, 시국선언에 직접 나섰다가 쓰러졌다. 40도에 달하는 천막 안에서 물만 마시며 의료사태 해결을 위해 온몸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추석 연휴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 가운데 응급·외상·중증 환자이고 진료를 못 받으면 대통령실로 가라"며 "대통령실은 대책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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