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라바 다음은 물범? 차세대 스타 캐릭터 ‘씰룩’ 탄생기
끝없이 펼쳐진 두껍고 하얀 얼음. 그 위에 늘어져 있는 물범 몇 마리.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물범 사진에 안병욱 감독의 스크롤이 멈췄다. “물범이 너무 편안해 보이는 거예요. 나도 저렇게 있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얘네들 갖고 뭘 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론칭 1년 반 만에 834만 구독자를 모은 물범 유튜브 애니메이션, <씰룩(SEALOOK)>의 아이디어가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안 감독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밀리언볼트의 감독이자 이사다. 밀리언볼트는 영화로까지 제작된 인기 애니메이션 <라바> 제작진이 설립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는 드물게 <라바> <씰룩>을 비롯해 북미 시장을 겨냥한 <히어로 인사이드> 등 탄탄한 자체 IP를 보유하고 있다. 안 감독도 <라바> 제작에 오랫동안 참여했다.
물범은 라바와 다른 느낌의 코미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안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둥근 얼굴에 매끄러워 보이는 타원형 몸, 천천히 깜박거리는 눈,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여도 귀여운 몸짓. 물범은 생김새부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적합한 동물이었다.
<씰룩>은 예능으로 따지면 ‘관찰 예능’이다. 각 에피소드의 길이는 1분 안팎으로 매우 짧다.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는 ‘평범한 물범의 하루’다. 물범의 일상은 단순하다. 대체로 얼음 위에 늘어져 있다가 옆에 있던 다른 물범과 ‘메롱’ 장난을 치거나, 비트박스를 한다.
<씰룩>에는 대사가 없다. 언어가 달라도, 연령이 낮아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씰룩> 유튜브 채널에는 영어로 된 댓글이 유독 많다. 말 대신 물범의 표정, 행동으로만 상황을 전개해야 하는 만큼,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움직임이 들어간 장면이 훨씬 많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렇게 그려낸 물범을 ‘마치 진짜 실존하는 물범인 것처럼’ 대하는 팬들의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 안 감독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북극 어딘가에 얘네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길 바랬다”고 말했다. ‘물범을 보호하자’ 같은 메시지를 무겁게 담진 않았지만, 실제 물범의 움직임이나 얼음 위에 쌓인 눈, 바닷물의 질감 같은 것은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단순하고 짧은 내용이지만 <씰룩>의 주시청층은 어린이가 아니라 20~30대 여성이다. 전체 연령가로 만들면서도 어린이보다는 성인을 타깃으로 한 것이 적중했다. 안 감독은 “키즈 애니메이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뽀로로나 티니핑과 승부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씰룩>의 매력은 편안함이다. 수많은 유튜브 콘텐츠들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자기가 얼마나 재밌는 콘텐츠인지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시청자가 채널을 이탈하지 않도록 몇 초에 한 번씩 새롭고 자극적인 장면을 배치한다. <씰룩>은 그 반대다. 나오는 장면은 반복적이고, 이야기 속도는 느리다. 안 감독은 “편안하고 스트레스 없는 작품을 만들기로 해놓고 틀자마자 도파민 터지게 만드는 것은 모순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씰룩>은 유튜브 콘텐츠를 넘어 캐릭터 사업, 게임 제작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이미 1년 전부터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서비스된 지 반년 만에 중국 내 외화 애니메이션 중 시청자 수 및 댓글, 검색량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캐릭터나 음원,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사업화 전략은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가 담당한다. 안 감독은 “처음부터 콘텐츠 다각화를 위해 기획했던 작품”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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