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착취 판치는데 모르쇠…"수사·추적 못 해" 범죄 놀이터 된 SNS

김승한 기자 2024. 8. 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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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 외국계 SNS(소셜미디어)가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합성음란물, 특정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됐다.

수사가 어렵다는 점을 활용해 인스타그램 가계정을 만들어 특정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협박 등의 범죄가 발생하지만 본사의 협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범죄가 방치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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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해외에 있고, 협조 안 해 수사 난항
"사실상 추적 힘들지만...불가능은 아냐"
텔레그램 로고(왼쪽)와 인스타그램 로고.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 외국계 SNS(소셜미디어)가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합성음란물, 특정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됐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사실상 추적이 힘들고, 수사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가 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들 SNS에 대한 규제 및 처벌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파벨 두로프 형제가 2013년 만든 텔레그램은 다른 메신저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익명성과 보안성을 갖췄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은 텔레그램의 익명성을 악용한 마약·자금세탁·아동 성학대 관련 범죄가 증가하는데도 두로프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지난 24일 그를 프랑스 공항에서 체포했다.

텔레그램을 활용한 범죄 행위는 국내에서도 판을 친다. 2020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N번방 사건'과 같은 성 착취물 제작·유통을 비롯해 마약 밀매, 피해자 인격 몰살, 허위사실 유포 등이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최대 규모의 마약 거래방 '오방' 사건도 텔레그램이 주된 통로였다.

최근에는 여대생, 여군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된 데 이어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됐다. 특히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 학교 명단'으로 떠도는 곳만 100곳 이상이라 공포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텔레그램은 대화내용 복원이 힘들어 '완전 범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포렌식 업체 한 관계자는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위치도 모름)에 있고, 보안성과 익명성이라는 명목하에 본사에서 협조도 안 해준다"며 "이용자가 대화방을 삭제하면 서버에 임시 저장되는 것이 아닌, 영구적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복원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도 마찬가지다. 수사가 어렵다는 점을 활용해 인스타그램 가계정을 만들어 특정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협박 등의 범죄가 발생하지만 본사의 협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범죄가 방치되기 일쑤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은 해외 업체라 국내 사건·사고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협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이에 따라 범죄자를 찾는 등 수사가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이유로 SNS 악용 사례를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경찰은 텔레그램, 인스타그램과 관련한 사건은 애초부터 수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하거나 넘기게 되면 악용 사례는 계속 확산될 것"이라며 "법 개정 등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외국계 SNS에 대한 추적 및 수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텔레그램, 인스타그램은 우리나라 법이 적용되기 어려운 치외법권이라 우리나라에서 협조를 강제할 순 없다"면서도 "한국의 사이버 수사 능력이 워낙 뛰어나고, N번방 사건 때처럼 위장 수사 등 다양한 수사 방법을 동원한다면 범죄자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SNS를 활용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 대응에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텔레그램은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 업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신속한 삭제·차단 조치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의 제작과 소지, 유포는 개인의 존엄과 인격권을 파괴하는 범죄"라면서 "총력적으로 이 심각한 위협에 대한 퇴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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