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 담백 고소 … 입안 가득 감米롭게
물에 불리지 않고 제분
글루텐도 없어 더 건강
'크런치즈엣지' 피자
가루쌀 반죽으로 쫄깃
'유아왓유잇' 우유
식물성 원료들만 배합
마들렌·미역국라면 등
MZ소비자 눈길 끌어
"쌀로 만든 우유와 라면, 고추장, 피자."
우리쌀의 진화가 변화무쌍하다. 단순한 밥이나 국수, 쌀과자를 넘어 쌀가루로 만든 우유와 라면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산쌀 수요가 줄어들자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쌀 가공식품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가 이에 동참해 쌀로 만든 상품군을 대폭 늘리면서다.
이 중심에 가루쌀이 있다. 가루쌀은 쌀가루와 다르다. 말장난이 아니다. 단단해서 쉽게 빻을 수 없는 일반 쌀을 대신해 개량한 별도의 품종이다. 일반 쌀은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든 뒤 빻아야 하는데, 가루쌀은 건식으로 곧바로 제분이 가능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밀가루 제분 설비도 즉시 활용할 수 있다. 글루텐이 없어 소화에 부담도 작고, 튀김가루나 과자로 만들 때 기름을 덜 흡수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이랜드팜앤푸드는 최근 농촌진흥청과 함께 신품종 가루쌀 '바로미2'를 활용해 '크런치즈엣지 포테이토 피자'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바로미2는 농촌진흥청이 밀가루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가루쌀 품종이다. 이번 제품에는 바로미2가 피자 반죽에 들어가 도우의 쫄깃한 식감을 살리고 쌀 특유의 담백한 맛을 극대화했다. 이랜드팜앤푸드 측은 지난 5월 농촌진흥청과 맺은 업무협약에 따라 가루쌀 간편식 연구개발부터 생산, 유통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안에 가루쌀로 만든 치킨·핫도그·호떡·붕어빵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랜드팜앤푸드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건강 등을 고려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충족하고, 농진청과 협업해 국내쌀 소비 촉진은 물론 유통 판로를 넓혀 농가 소득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을 통해 국산 가루쌀로 만든 우유 '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했다. 가루쌀과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를 배합해 우유의 맛을 구현했다.
가루쌀 우유는 동물성 식품인 기존 우유의 빈틈을 파고든 아이디어 상품이다. 유당불내증이나 콜레스테롤 증가를 우려해 우유를 즐기지 못하는 소비층을 대거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동물복지나 환경보호 등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층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라이스 베이스드 1ℓ에 가루쌀은 약 100g이 들어간다. 올해 이 제품으로 파생되는 가루쌀 추가 소비만 60t에 달한다. 1년에 120t이 넘는 수준이다.
농심과 하림은 각각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과 '미역국초록쌀라면 컵'을 출시해 가루쌀 신제품을 선보였다. 성심당은 지난해 쌀로 만든 '초코미 마들렌'을 출시했다. 런던베이글은 지난 5월 '단팥 쌀베이글'을 내놓았다. 삼양식품은 쌀가루를 넣은 냉동 군만두와 치킨을 출시할 계획이다. 샘표는 바로미2를 발효에 사용한 '국산100% 조선 고추장'을 출시했다.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도 쌀 부침·튀김가루를 내놓을 예정이다.
가루쌀은 아니지만 국산쌀을 활용한 각종 신제품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오리온은 국산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농협과 손잡고 2016년 9월 오리온농협을 만들었다. 농협이 국산 농산물을 공급하면 오리온농협에서 제품을 만들고, 오리온이 판매하는 구조다. 오리온농협은 연간 약 1600t의 쌀가루를 생산한다. 이 중 1000t가량이 20여 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다. 이외 600t은 다른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오리온은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12종을 비롯해 '오!그래놀라 바' 3종, 태양의맛 썬 2종, 치킨팝 2종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100% 국산쌀로 만든 쌀과자 '뉴룽지'를 출시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뉴룽지는 일반 과자와 달리 튀기지 않고 100% 국산쌀을 오븐에 구워 만들었다.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하고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누룽지의 풍미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새롭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뉴룽지'로 지었다.
가루쌀의 높은 잠재력과 식량안보 의의에도 고비용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생산단가와 비용이 높게 책정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 2000원 내외인 수입산 밀가루에 비해 가루쌀은 3000~4000원대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가루쌀 생산 면적을 대폭 넓혀 단가를 떨어뜨리는 규모의 경제 실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재 연간 1만t(재배면적 2000㏊) 수준인 가루쌀 생산역량을 2027년 20만t(4만2000㏊)으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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