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핵 협상 시사한 이란…'이스라엘 협공' 카드 배제한 듯

김희정 기자 2024. 8.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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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 정치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핵 협상을 시사했다.

최근 몇 주간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보복 공격 여부와 그 수위에 세계가 숨을 죽여온 가운데 전향적 발언이 나온 만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와 이란 국영 TV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하메네이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및 내각과의 회의에서 "적과의 논의에 장벽이 없다"며 미국과의 핵 협상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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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하메네이, 국영 TV에 "적과의 논의에 장벽 없다"…
제재 완화 위해 핵 협상하겠단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한마음?
미국 끌어들이지 않는 보복 수위 고심, '제한적 수준' 그칠 수도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과 그의 내각과의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란 최고 정치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핵 협상을 시사했다. 최근 몇 주간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보복 공격 여부와 그 수위에 세계가 숨을 죽여온 가운데 전향적 발언이 나온 만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을 염두에 둔 제스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와 이란 국영 TV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하메네이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및 내각과의 회의에서 "적과의 논의에 장벽이 없다"며 미국과의 핵 협상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른 어떤 곳에서 같은 적과 교전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며 장벽이 없다. 문제는 우리가 적에게 희망을 걸고 그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메네이의 이 같은 발언이 이란의 기존 입장에 변화를 뜻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심장외과 의사인 페제시키안 박사는 전임자 에브라힘 라이시가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후 6월에 실시된 특별 선거에서 당선됐다. 서방의 경제 제재를 완화할 협정을 추진하자는 개혁주의파 지도자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은 하메네이가 쥐고 있는 만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외교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과 그의 내각과의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더구나 최근 이란은 테헤란에서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자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했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자제를 촉구해 아직 본격적인 보복을 하지 않았으나 불씨는 남아있다. 미국은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이란의 핵프로그램 지위와 서방의 제재에 관해 비공식 회담을 해왔다. 지난 5월에 오만에서 간접회담이 있었고 카타르 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가 26일 이란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날 하메네이의 발언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이길 경우에 대비해 협상의 포석을 깔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2018년 이란과의 핵 프로그램 협정에서 돌연 철수하고 제재를 복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란 전문가인 레이 타키 외교관계위원회 수석연구원은 "이전 행정부가 트럼프를 예측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에 트럼프와 협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해리스가 이길 경우 협상의 매개변수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암살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사진이 담긴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하니예는 지난 7월 31일 테헤란을 방문하던 중 암살당했다.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예고한 상태다/로이터=뉴스1

지난 25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이 제한적이었던 것도 전쟁 위험을 억제하려는 후원국 이란의 의지일 수 있다고 지역 전문가들은 짚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극적인 보복을 하기 위해선 예멘과 이라크의 다른 이란 지원 무장단체와 협력해 지역적으로 무력을 과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단독 공격으로 그친 만큼 협공 카드는 배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지도자들의 최근 발언을 토대로 이란의 보복이 대사관을 비롯해 특정 타깃에 집중하는 제한적 보복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헤즈볼라의 공습 직후 하메네이는 학생들에게 "대응은 항상 무기를 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올바르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말하고, 사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중재하기 위한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란이 대응을 미룰 수 있다고 짚었다. 이란이 가자 휴전협상을 우선시한다는 신호를 보임으로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의 방해 요인으로 부각돼보일 수 있고 이는 이스라엘과 서방 동맹국 간의 관계를 약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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