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호들갑" "너한텐 안 하니 걱정 마" 딥페이크 조롱·혐오 '선 넘었다'
해외 누리꾼 "가해자 편이냐" 비판 봇물
관심 끌려 조롱글 잇따라 올린 10대
익명 게시판에 '성범죄자 표현' 쓴 20대
지인의 얼굴을 나체 사진 등과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가 드러나면서 여성들 사이에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편에선 불안해하는 이들을 조롱·혐오하는 행태가 온라인상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독자 119만의 유명 유튜버 '뻑가'는 지난 26일 자신의 채널에 '중고대학생' 영상을 올렸다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튜버 사용자에게까지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 영상에서 뻑가는 최근 여성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얼굴 사진을 다 내려야 한다'는 게시물을 공유하는 상황을 소개하면서, "막 이렇게 호들갑 떠는 글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무심코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모르는 사이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서 나온 방어적 행위를 '호들갑'으로 치부한 것이다.
그는 "이 짤(사진) 올리고 퍼트리는 사람들 보면 이런 정보에 밀접하게 반응하고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금부터 거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국가 재난 상황을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또 22만 명 이렇게 선동하고 있다.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남혐(남성혐오)하려고 한다. 무슨 국가 재난이냐. 미쳐가지고"라고 맹비난했다. 박 전 위원장은 한 텔레그램방 가입자 22만 명을 언급했으나 이들이 모두 한국 남성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이 영상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X 등을 통해 딥페이크 사태를 파악한 해외 누리꾼들이 뻑가 영상의 댓글창에 몰려와 "가해자를 비난하는 대신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냐? 또 다른 수준의 망상이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등 비난하는 의견을 달았다. "우리는 한국 여성들을 지지한다"는 댓글이 세계 각국 언어로 잇따라 달리기도 했다.
조롱한 게시물 확산되니 "이제 유명인사"
유튜브뿐 아니다. 엑스(X)와 인스타그램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에도 같은 날부터 딥페이크 성범죄를 하찮게 보며 조롱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10대로 추정되는 한 학생은 인스타그램 등에 "딥페이크 하나로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 "딥페이크 하는 사람도 예쁜 사람만 고른다. (너희들은) 성폭행 안 하니 걱정 말아라" 등의 게시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를 본 다른 X 사용자가 비판하기 위해 캡처해 올린 게시물의 조회수가 200만 회를 넘기자, 이 학생은 반성하긴커녕 "와 나 이제 유명인사야"라고 올리며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피해자를 혐오하는 게시글이 다수 포착됐다. 27일 X에는 '텔레그램 아니어도 다 할 수 있는데'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게시글이 공유됐다. 한 작성자는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두고 "즐길 목적으로 쓰임 당했다는데 만족하고 살아라. 네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거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곳엔 "불안에 떨고 있는 ○○대 여성분들, 80%는 안심하고 발 뻗고 자도 돼. 너 그 정도 급 아니야", "딥페이크는 예쁜 여자만 당한다. 네 얼굴론 안 해" 등 비슷한 취지의 조롱글이 넘쳐났다.
범죄자에게 '걱정 말라'고 안심시키는 글마저 있다. 한 작성자는 "지금 불안해서 텔레방 지울까 고민하는 애들 필독. 겹지방(겹치는 지인방) 공론화되고 잡힐까 봐 고민하는 애들 많을 텐데, 딱 알려주겠다. 신원 특정될 정보를 남겨도 금방 묻힐 거라 상관없다. 하나도 안 남겼으면 경찰이 죽어도 못 찾는다"고 주장했다.
정부 각 부처 대책 마련 나서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주문한 후 정부 각 부처는 대책 마련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 1,374개 학교에 '긴급 스쿨벨'을 발령하고 일부 텔레그램 채널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TF'(가칭)를 구성해 관련 부처와 공조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텔레그램은 물론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및 페이스북·X·인스타그램·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신속한 영상 삭제 차단 조치와 자율적인 규제를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딥페이크 등 합성 영상물의 최대 피해자는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781명 가운데 36.9%(288명)는 10대 이하였다. 이는 2022년 대비 4.5배 늘어난 수치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2809200005319)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2809240001479)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2806490001538)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2716180002667)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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