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24] "태평양 핵실험, 식민지 수탈 흔적 지구에 남았다"…인류세 연구는 '진행중'

이병구 기자 2024. 8. 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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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이 남태평양 비키니섬에서 진행한 수소폭탄 실험의 흔적이 호주 바닷속 산호에 명확하게 남아있습니다. 또 남극의 깊은 얼음층에 갇힌 공기방울에서는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중에서 점점 증가했다는 증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8일 부산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 미셸 와그리치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지질학과 교수는 지구 남반구에서 '인류세'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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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인터뷰 중인 미셸 와그리치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지질학과 교수(왼쪽)와 이은영 비엔나대 지질학과 연구원(가운데), 허민 전남대 지질환경과학부 교수.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과거 미국이 남태평양 비키니섬에서 진행한 수소폭탄 실험의 흔적이 호주 바닷속 산호에 명확하게 남아있습니다. 또 남극의 깊은 얼음층에 갇힌 공기방울에서는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중에서 점점 증가했다는 증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8일 부산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 미셸 와그리치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지질학과 교수는 지구 남반구에서 '인류세'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북반구, 선진국 위주로만 이뤄졌던 인류세 연구가 남반구와 개발도상국에서도 활성화되어 전 지구적인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 활동이 최근 지구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점을 감안해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나온 개념이다. 올해 초 학계에서 인류세를 공식적으로 지질 역사에 추가하는 것은 부결됐지만 인간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인류세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와그리치 교수와 함께 인류세 연구를 하는 이은영 비엔나대 지질학과 연구원은 "인류세 관련 저널이 계속 생기고 사회연구나 경제 분야에서도 관련 연구가 굉장히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와그리치 교수는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유네스코(UNESCO)에서도 인류세 프로젝트를 이끄는 지질학자다. 그는 "인류가 자연에 미친 영향의 지질학적 증거 중에는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아프리카 등에서 자원을 수탈하며 광산 주변으로 중금속 등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한 흔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영 연구원은 "식민지 시대 연구 같은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나 학교의 지원을 받는 연구팀이 아닌 유네스코에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그리치 교수는 "인류세는 인간의 행위로 인한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공통적인 인식에서 나왔다"며 "인류세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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