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1월 美 대선 앞두고 핵협상 재개 가능성 열어
2018년 파기된 이란 핵합의 복원 논의 언급한 듯
7월 들어선 이란 온건파 정부, 미국과 핵합의 복원 협상 원해
美, 이란 언급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야" 냉담
11월 美 대선 이후 차기 정부와 협상 노려...누가 이기든 협상 난항
[파이낸셜뉴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핵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말 대신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반응했다.
하메네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면 가끔씩 전술적 후퇴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어려움의 첫 징조가 나타났다고 해서 우리의 목표나 의견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AP를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하메네이의 발언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었던 지난 2018년에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란은 대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사찰을 방해하고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을 가속, 순도 60%의 농축 우라늄을 만들었다. 순도 90% 이상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교섭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란이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사실상 중단되었다. 아울러 이란은 지난해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쟁에서 이스라엘과 공격을 주고받으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더욱 사이가 멀어졌다.
지난 5월 헬리콥터 사고로 강경파 대통령을 잃은 이란은 지난 6월 보궐선거를 치렀다. 7월 30일 9대 이란 대통령에 취임한 페제시키안은 온건파로 불리며 대선 당시 여성의 히잡 착용 규정 완화, 서방과 대화 및 핵합의 복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페제시키안은 2015년 협상 당시 이란의 대표로 활동했던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전략 담당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페제시키안 정부의 외무장관으로 임명된 압바스 아락치 역시 과거 2015년 핵합의 협상에 참여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레이 타케이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하메네이의 이번 발언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를 의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이란 정부의 많은 사람은 트럼프를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보기 때문에 트럼프와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적한 뒤 이란이 "본질적으로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를 가정해 협상의 매개변수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해리스가 이란에 우호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는 이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로부터 미군과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에 있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국적 위험 평가 조사기업인 레인네트워크는 27일 발표에서 만약 해리스가 미국 대선에서 이긴다면 “가자지구 분쟁이 잠잠해져야 핵합의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레인네트워크 분석가들은 미국이 2018년에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점을 지적하며 이란 정부에서 핵합의 유지를 위한 보다 두터운 안전장치를 요구한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핵합의 파기 이후 바로 농축 우라늄 제조를 재개하기 위해 제조장비 폐기에 보다 비협조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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