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전세사기법 본회의 통과… 22대 첫 與野 합의 처리

이슬기 기자 2024. 8. 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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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구하라법'과 간호법 제정안, 전세사기특별법 등 28개 민생 법안을 합의처리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을 여야가 함께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는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총 28개 민생 법안을 처리했다.

22대 국회 여야 합의 1호 법안인 전세사기특별법도 재석 295인 중 찬성 295인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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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과 간호법 제정안,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등 28개 민생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5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가 법안을 합의 처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재표결 및 법안 폐기 수순이 석 달 가까이 반복된 가운데, 국회가 모처럼 입법 성과를 낸 것이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재적 300인, 재석 290인, 찬성 283인, 반대 2인, 기권 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총 28개 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그간 여야 이견이 컸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양당의 합의를 거쳐 재석 의원 295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이어 21일 국토위 전체회의, 27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지 약 일주일만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최장 20년 간 거주할 수 있다. 피해 주택 외 다른 집을 구할 경우, LH가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우선 체결한 뒤 피해자와 재임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또 피해자 기준인 임차보증금 한도를 기존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렸다. 여기에 피해지원위원회가 자체 인정하는 2억원을 추가하면, 최대 7억원 구간까지 피해를 인정받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전세사기특별법을 강행 처리했었다. 민주당 안(案)은 LH가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선구제·후회수’ 방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의결 요건(재적의원 과반 출석·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을 채우지 못해 부결 및 폐기됐다.

이후 여야가 협의 과정에서 한발씩 물러나며 수정안을 마련한 결과, ‘22대 국회 1호 합의안’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정부·여당 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 소속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재적 300인, 재석 290인 중 찬성 283인, 반대 2인, 기권 5인으로 통과되자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의료공백 속 與 입장 선회, 간호법 통과

‘PA(Physician Assistant·진료 보조) 간호사’를 합법화 한 간호법 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직위 자체가 보장되지 않았던 PA 간호사 1만6000여명의 업무 범위가 규정되고, 법적 지위도 얻게 됐다. 앞서 간호법은 지난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국회 재표결에서 폐기됐었다. 그러나 의료 공백 장기화로 PA 간호사의 필요성이 커지고, 민심 악화를 우려한 정치권이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낸 결과다.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등에서 규정하는 간호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인 법률로 명시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내용이다. 이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근무환경 개선 및 장기근속 유도 등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간호사가 일·가정 양립 지원 등을 요구할 권리 규정도 담겼다.

비(非)쟁점 법안인 ‘구하라법’도 5년여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다.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부모에 대해선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했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 씨의 오빠 호인 씨가 입법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20·21대 국회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지만, 정쟁에 밀려 번번이 폐기됐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단, 헌법재판소가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난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소급 적용된다.

은행의 서민정책금융 출연금을 확대하는 ‘서민금융지원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현행법은 서민에게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서민금융계정을 설치하고, 은행·보험회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 출연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중 은행에 한정해 출연금 비율 하한선을 기존의 두 배(0.06%)로 높이는 내용이다. 또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의 사업구역에 ‘택시 월급제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택시운송사업발전법’도 가결됐다.

이 외에 ▲도시가스사업법(지자체가 취약계층의 도시가스 요금 감면을 대신 신청) ▲범죄피해자보호법(사망한 범죄피해자의 구조금을 유족에게 지급) ▲토지보상법(가덕도 신공항 터에 토지 관련 특례 적용) ▲근로기준법(상습적·고의적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 제한) ▲산업집적활성화법(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시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 일부 보조) 개정안 등도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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