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법무장관에 마약 조직 연관 의혹 카베요 지명···‘호위무사’ 내각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은 유임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61)이 자신의 최측근들을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호위무사 내각’을 편성했다.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새 내각 지도자들과 반정부 세력 탄압을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국영 VTV 방송에서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 내 ‘2인자’이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측근인 디노스다도 카베요 전 국회의장(61)을 내무·법무·평화부 장관으로 내정하는 등의 새 내각 구성안을 발표했다.
변호사 출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55)은 석유장관 겸직으로 지정했고, ‘젊은 마두로’라 불리는 엑토르 로드리게스 미란다 주지사(42)는 교육장관으로 내정했다. 원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핵심 국영 석유·가스 회사(PDCSA) 수장으로는 엑토르 오브레곤 산업부 장관을 지명했다.
이 밖에 산업부와 재무통상부, 농업부, 관광부, 광업개발부, 체육부 등 장관도 측근 인사로 교체했다. 이반 길 핀토 외교장관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유임됐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이 차베스 전 정권 시절 본인의 경쟁자였던 카베요 전 의장에게 요직을 맡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군에서 대위로 전역한 카베요 전 의장은 차베스 전 대통령이 1992년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정권에 대항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탱크를 끌고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앞까지 찾아간 인물이다. 2002년에는 차베스 당시 대통령의 임명으로 부통령직을 맡았으며, 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차베스의 후계자’로 거론됐다.
카베요 전 의장은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0년 미국 내무부는 그가 콜롬비아의 마약 밀매 조직과 손을 잡은 정황이 있다며 증거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보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미 매체 엘누에보헤럴드는 그가 국회의장 시절 베네수엘라 에너지 회사 데르윅어소시에이츠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지난달 대선 이후 급증한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강경파인 그를 내무·법무·평화장관으로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카베요 전 의장은 이번 대선 전 일각에서 제기된 부정 선거 우려에 “만약 이번 선거 이후 폭력 행위가 발생한다면 그건 야당 책임일 것”이라며 “야당은 부정행위 전문가”라고 야당을 겨냥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달 27일 치러진 대선의 불투명한 투표 과정과 개표 결과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대선 이후 이날까지 야당 인사와 언론인을 비롯한 시민 2000여 명이 정부에 항의하다가 당국에 체포됐다.
이 가운데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위해 일했던 페르킨스 로차 변호사는 이날 당국에 구금됐다. 로차 변호사의 부인은 엑스(옛 트위터)에 “내 남편이 오전 11시부터 실종됐다. 내 남편은 범죄자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자유롭게 살기를 갈망하고 싸우는 시민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후아니타 고에베르투스 미주담당 이사는 “새 내각은 마두로가 하려는 일의 풍향계이며, 카베요의 임명은 앞으로 더 많은 억압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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