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텔레그램 두로프 체포…범죄 추적 협조할까?
[앵커]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텔레그램을 통해 유해 콘텐츠가 유통되는 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딥페이크 동영상이 확산 되면서 우리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이 텔레그램이 뭐가 문제인 건가요?
[기자]
텔레그램은 온라인상에서 서로 소통하는 메신저 앱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텔레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보안성과 익명성에 있는데요.
텔레그램을 통해 나눴던 대화는 웬만해서는 제3 자에게 유출되지 않는다는 보안성을 인정받으면서 세계적인 SNS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텔레그램의 창시자인 파벨 두로프는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제3 자에게 단 1바이트의 이용자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내세우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보안이 잘 지켜지면서 검열이 심한 곳에서 소통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음란물 같은 유해 콘텐츠와 가짜 뉴스 확산의 온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서 파벨 두로프를 전격 체포한 것도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 포르노, 마약, 테러 등 불법 콘텐츠가 확산 되는 것을 방치한 혐의를 적용한 건데요.
외신들은 두로프가 최대 2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앵커]
두로프는 러시아 천재로 알려져 있는데요.
텔레그램은 많이 알아도 그동안 두로프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두로프는 84년생으로 올해 서른아홉입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두로프는 다섯 살 많은 형과 함께 2013년 텔레그램을 출시하면서, 러시아의 저커버그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행인들에게 고액의 지폐를 뿌리기도 하고, 자신의 정자를 기증해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파벨 두로프/텔레그램 최고경영자 :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와 우리에 대한 신뢰, 그에 대한 책임감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로프는 자신이 운영하던 또 다른 플랫폼에서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의 정보를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2014년 러시아를 떠났습니다.
두로프는 아랍에미리트와 프랑스의 시민권을 갖고 있는데요.
경제매체 포브스는 두로프가 약 20조 원가량의 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텔레그램은 성명을 통해 플랫폼의 남용에 대해 플랫폼을 만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두로프 체포에 부당함을 호소했습니다.
[앵커]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긴급 체포되면서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정치적인 이유로 두로프를 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기자]
러시아는 자국 출신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긴급 체포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인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영사의 접근권도 거절당했다며 프랑스를 비난했는데요.
[마리아 부티나/러시아 국회의원 : "파벨 두로프는 정치적인 이유로 체포됐습니다. 서방 국가들의 마녀사냥 희생자입니다."]
러시아는 프랑스가 두로프의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페이스북에서도 텔레그램처럼 범죄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마크 저커버그도 체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메신저 앱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활용도는 더 커졌다고 합니다.
전장에서도 텔레그램을 주요 통신 수단으로 활용해 왔는데요.
이 때문에 두로프의 체포는 미국 제재의 연장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의 프랑스 대사관 밖에는 시민들이 텔레그램을 상징하는 흰색 종이비행기를 놓으며 항의 표시를 했습니다.
[앵커]
두로프의 체포에 대해 표현의 자유냐, 규제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여러 의견이 쏟아지고 있죠?
[기자]
텔레그램은 사용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 때문에 테러리스트와 마약상들의 주된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텔레그램이 범죄 추적에 비협조적인 데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인데요.
소셜미디어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등은 운영진 체포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두로프 체포와 관련해 국가 통치를 위해 인터넷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한 음란물 확산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조만간 텔레그램 측과 즉시 협의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텔레그램 측에도 영상 삭제 등 강력한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동안은 우리 정부는 전자우편을 통해서만 텔레그램과 소통해 왔다고 하는데, 텔레그램 측이 두로프 체포를 계기로 정부 협조로 방향을 선회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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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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