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탈출했더니 6억 달래요"…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폭등
[편집자주] 비(非)아파트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전세사기로 촉발된 '빌라 포비아'에 공급과 수요가 뚝 끊겼다. 수요가 쏠린 아파트 전세·매매가격은 부풀어 올랐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수요·공급 활성화에 나섰다. 빌라 포비아에 잠식된 시장과 이후 대책을 짚어봤다.
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을 무너뜨린 전세사기는 아파트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무도 빌라에 살고 싶어하지 않자 비아파트로 분산됐던 전세 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아파트로 쏠려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폭등에도 정부가 비아파트 활성화 대안을 제때 내놓지 못하면서 얼어붙었던 매매 거래 상승까지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세사기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 2월과 3월 서울 전세 거래량은 각각 1만6172건, 1만6463건으로 전년 평균(1만2000건)보다 4000건 이상 확 뛰었다. 같은해 1월(1만2387)보다도 4000건 가까이 높은 수치다.
반면 이 기간 빌라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2만7617건으로 집계됐다. 전세 거래량은 1만4903건으로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매년 1분기 기준)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해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예년 수준인 1만2000~1만3000건대를 회복했다.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6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1585만원이다. 지난해 2월 이후 5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 5월 6억원을 넘어선 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면적별로는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억357만원, 중소형(60㎡ 초과~85㎡ 이하) 아파트는 6억582만원으로 집계됐다. 소형 아파트는 2022년 12월 이후 처음 4억원 돌파했고 중소형 아파트는 1년8개월 만에 6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지수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지수는 129.6으로 직전 최고점 127.9(2022년 9월)를 넘어섰다. 전세 실거래가격지수는 2017년 11월 실거래가(100)를 기준으로 거래가를 비교한 것이다. 실거래 지수가 오를수록 상승 거래가 늘어났다는 의미로 2017년 11월 당시 전셋값보다 29.6% 상승했다는 뜻이다.
전셋값이 치솟는 와중에도 아파트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다. 집값 급등기인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8월 100을 넘어선 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 폭등에 매물까지 씨가 마르자 수요자들은 매매로 눈을 돌렸다. 올해 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8일 기준 3만7983건으로 지난해 거래량 3만6165건을 넘어섰다. 특히 이날까지 신고된 7월 거래량은 전달(7496건)보다 1000건 이상 뛴 8637건으로 2020년 7월(1만1170건) 이후 4년 만에 최다 건수다. 거래 신고일(31일)까지 시간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높아져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291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1억원대 후반을 유지하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6월 12억원을 넘어선 후 매달 1000만원씩 오르고 있다. 최근 강남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평균 매매가격을 견인한 탓도 있지만 기존 전·월세 수요가 매매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이후 비아파트를 기피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에 안정적인 비아파트 전세 방안만 발 빠르게 공급했다면 이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가고 매매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신축매입임대 등 8·8 주택공급 대책에 비아파트 활성화를 위한 긍정적인 내용이 담겼는데 이런 방안이 지난해 나왔다면 전셋값 상승을 더 일찍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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